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만나 덕담과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취임 인사차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와 악수를 한 후 인사를 나눴다. 이 대표가 “어려운 일 맡으셨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팔자가 그렇게 된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송갑석 대변인이 “모두 발언을 좀 해주셔야 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기분이 이상하다”고 소리 내 웃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대표를 맡아 공천과정에서 친노 주류와 강경파를 타깃으로 물갈이를 했고, 친노 좌장인 이 대표도 컷오프(공천배제) 됐다. 이후 이 대표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했다. 그로부터 4년 뒤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각각 제1야당과 집권여당의 대표로 다시 마주했다.

김 위원장은 “7선에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라고 이 대표를 치켜 세웠고, 이 대표는 “경험 많은 분이 오신만큼 기존과는 다른,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21대 국회 개원을 두고 뼈있는 말들도 오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관련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사회 문제 해결에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돼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게 저희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6월 5일에 국회가 개원하도록 돼 있다. 기본적인 법은 지켜가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자”며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것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나라 발전을 위해 여야가 상호 협조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 국회가 ‘정상’적인 개원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며 민주당의 단독 개원 강행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취재진은 물론 대변인과 측근들을 빼고 5분 가량 단독 면담을 했다. 이 대표는 “3차 추경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며 조속한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이 전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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