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서 인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 제약 회사 매력

김민수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 세포공학팀장의 카이스트 재학 시절 모습.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의 경쟁력이자 국력의 원천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는 핵심원천 기초과학 기술확보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는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 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과학이 나아갈 길을 묻고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주인공은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등학교 2기 졸업생인 김민수 (42)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 세포공학팀 팀장이다.

김민수 팀장은 카이스트(KAIST)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친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RIBB) 연구원, 영국 University of Sheffield 연구원을 거쳐 2010년부터 현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에 근무 중이다.

특히 그가 근무하는 셀트리온은 국내 굴지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를 개척한 제약 회사로 평가받으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치료제 개발 연구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다음은 김 팀장과 1문 1답이다.

김민수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 세포공학팀장.
△경북 그리고 포항과의 인연은.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고 예천중학교를 졸업했다. 중3 시기에 경북과학고가 막 개교할 때여서 소위 경북에서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렵게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포항 유학을 갈 수 있게 됐고, 훌륭하신 은사님들로부터 실력 있는 선후배와 함께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던 것을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교 시절에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주말이면 짧은 외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포항 시내서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을 가고, 외식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교 앞 아파트단지 내 치킨집에서 먹었던 통닭은 아직도 생각난다.

친구와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재밌게 어울렸던 많은 좋은 기억이 있고, 졸업 이후 제가 나름대로 경력을 쌓고 현재 위치까지 오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생각한다.

포항은 다른 의미에서 저와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서 형님(아내 언니 남편)도 포항 출신이고 (포항고 졸업), 처이모부도 포항 분이다. 여러모로 포항이 저와는 소중한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문 중 교수가 된 사람이 다수인데, 남달리 제약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대학원 박사 과정 때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실험 결과가 기대대로 잘 나오지 않고,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의학계열로 진학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했던 적도 있다.

박사 학위를 따고 영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연구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느꼈고, 동료 연구원과의 협업 중요성을 깨달았다.

박사 학위를 받고 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다는 것은 거의 100%가 교수가 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교수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계속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반 동안의 외국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당시 한국에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처음 시작했던 셀트리온에 입사하게 됐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제 능력을 발휘해 인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제약회사에 상당히 매력을 느껴졌습니다.”

김민수 연구개발본부 세포공학팀 팀장이 근무하는 셀트리온.
△셀트리온에서 자신이 하는 역할과 중요한 성과가 있다면.

-2010년 3월 셀트리온 연구소 세포 공학팀에 입사한 이래, 현재까지 쭉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고, 2015년부터 팀장을 맡고 있다.

치료용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항체 또는 재조합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동물 세포에 삽입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발현하는 세포주를 개발해야 한다.

제가 속해 있는 팀의 주요 업무가 세포주 개발업무며, 의약품 생산 가장 초기 단계라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생산을 위한 세포주 개발 업무를 진행했으며, 관련 플랫폼 기술 개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셀트리온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 항체치료제의 선별 및 세포주 개발, 진단 키트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셀트리온의 현재 성과는.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 경쟁사에 비해 약간 늦게 시작했지만, 회사의 역량을 집결하고 정부(질병관리본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고 7월 임상 개시를 목표로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 진단 키트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가능한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가 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개발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얼마나 빨리 개발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각 회사 및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치료제 및 백신이 빠른 시일 내 개발돼,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코로나를 안전하게 이기려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수칙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손세정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확실한 예방수칙이라 생각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잘 실천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 일을 하게 된 동기.

사실 특별한 동기는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생물·화학 과목을 좋아했었고, 그래서 KAIST 생명과학과에 입학했다.

석사 이후로 동물세포공학·유전공학·항체공학 등 유사한 업무를 쭉 진행해 왔다.

지금의 일이, 그간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 현재까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일인 제약 개발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전에는 치매·자폐 등을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한 적이 있다. 현재 회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계획에 따라 신약 개발이 잘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복제약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신약 개발에도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포항과 경북의 풍부한 R&D 인프라 활용해 바이오 기초·응용 과학 더욱 발전시키려면.

궁극적으로는 산업계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연구 목표 및 방향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초과학·응용과학이라는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초과학은 ‘산업계 적용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연구’, 응용과학은 ‘과학적 백그라운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구’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

산업계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학계로 많이 진출하고 있고, 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포항과 경북의 풍부한 R&D 인프라가 산학 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고 등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던 못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게 경제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업무적인 성취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이공계에 소질이 있고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이 있다면, 학계·산업계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도전해 봤으면 한다. 실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기술자로서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이해한 상태에서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관리자로서도 자리매김할 수 있고 업무적인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맞는 현상일까.

-공무원이 대세 직업이 되고, 많은 젊은이가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원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잘못됐다거나 문제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일반 사기업의 직업적인 안정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고,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것은 변화된 환경에서 전적으로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공계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라면, 학계·산업계에서 좀 더 다양한 직업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좀 더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으므로,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삶에 대한 가치관, 조언을 부탁한다.

“‘후회하면서 살지 말자’가 제 가치관이다. 실제로 그래서가 아니라, 항상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살아왔고, 돌이켜 보면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기에 마음에 새기고 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좀 더 준비된 상태로 맞게 되고, 또 많은 좋은 기회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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