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전에는 정의를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라고 기록했다. 우리 사회에 바른 도리가 세워져 있다고 보는가. 언론에 도배질을 하고 있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의 위안부 할머니를 둘러싼 각종 의혹사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교도소에서 복역까지 한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뒤엎기식 ‘무죄’ 주장, 법원에 기소된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 과정과 기자회견에서 핵심을 피해가며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한때 대표적 ‘위선자’라는 별칭까지 붙여졌던 ‘조국 사태’등을 보면서 과연 대한민국에 정의는 바로 세워져 있는지 재차 묻고 싶다.

지난 1일 자로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 씨는 지난달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위안부 사태’에 대해 쓴 글에서 “6개월 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고 했다. 윤 씨는 지지층을 자극해 자신을 압박하는 비리 의혹을 패거리 진영싸움으로 전환 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이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윤 씨의 글이 게재된 후 ‘제2의 조국 사태’가 ‘귀신’처럼 찾아와 진영 논리에 불이 붙었다. 공정, 정의, 정직, 위선의 이슈였던 조국사태 당시 진보 쪽에서는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몰고 간 진영논리 메커니즘을 이번에는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의 도덕성 폄훼로 사태를 전도(顚倒)시키고 있다.

윤 씨는 첫 국회 개원 3일을 앞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정의기억연대 활동 기간에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서 윤 씨는 자신의 의혹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제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윤 씨와 관련된 의혹은 돈과 관련된 형사적 의혹 사건보다는 양심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 한 달 만에 숱한 의혹에도 임명을 강행했고 조국은 한 달 뒤 장관직을 사퇴했다. 조국 사퇴까지 두 달 여 동안 대한민국은 ‘조국 내전(內戰)’이라고 부를 정도의 보수·진보 양 진영 간 극한 대결을 보였다. 이 ‘진영 내전’에서 국민은 도덕과 양심, 상식과 정의의 도착(倒錯)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이번 윤미향 사건도 조국 사건의 판박이로 변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씨 사건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다. 민주당 일부 중진은 “굴복하지 마라”고 되려 윤 씨를 응원한다. 친문 지지자들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두 차례 기자회견으로 정의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폭로되자 ‘토착 왜구’, ‘기억이 온전치 않은 치매 노인’, ‘노욕’ 등 갖은 혐오 발언을 쏟아 내고 출생지 ‘대구’에 대한 ‘대구스럽다’는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2012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정치권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걸 참다못해 “내가 국회의원이 되어 일본 정부와 담판을 벌이겠다”며 민주통합당에 비례대표 신청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의 과거 기록까지 들춰 내 권력욕심이 있는 것처럼 몰아 세우고 있다. 한때 약자와 인권을 위해 학생운동을 했다는 어느 여권 중진 인사는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절규’하며 내뱉은 분노를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폄하했다. 어찌 이렇게 저열한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심의 원칙’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인가.

지난해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도덕과 정의 기준은 우리 맘대로”라는 식의 ‘도덕 착란증’까지 보여주고 있다. 엊그제 일제강제동원 위안부 근로자 가족모임인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도 “이용수 할머니 말이 다 맞는다. 윤미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그런 할머니가 “30년간 속고 당했다”고 절규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어느 정권보다 떠 받들며 “사람이 먼저다. 피해자가 중요하다”던 문 정부 사람들이 갑자기 표리(表裏)를 바꿨다. 문 대통령도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한 청와대 행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겠다”고 다짐했던 발언이 엊그제 같은데 왜 침묵을 하고 있는가. 문 대통령의 침묵은 무엇을 뜻하는가. 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반일 비즈니스’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억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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