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나라를 세운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 중 제퍼슨 대통령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미국의 위인들 중에서 제퍼슨만큼 연구되고 신화화 된 인물은 링컨 말고는 없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국부로서 숭배되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가치와 정신을 정립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제퍼슨은 미국 최초이자 최고 정치철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제퍼슨만큼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등 요직 코스를 모두 거쳤지만 그는 자신의 최대 업적을 선출된 공무원과는 무관한 업적에서 찾았다. 자신의 묘비명에 ‘독립선언서’ 필자이자 버지니아대학 설립자로 자신을 내 세웠지만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워싱턴이 행정부를 중시했던 것에 비해 제퍼슨은 의회가 정부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하원을 그렇게 여겼다. “좋은 정부란 간단히 말하면 현명하고 검소한 정부입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막되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발전하는 일은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땀흘려 얻은 빵을 빼앗지 않습니다.” 제퍼슨은 대통령 취임선언서에서 국가 재정을 중시하는 작은 정부를 표방했다.

제퍼슨이 대통령으로서 높이 평가되는 것은 국가 재정에 대한 그의 지대한 관심에 있다. 제퍼슨은 임기 초반 정부의 고질적인 적자재정을 끝내고 그 때까지 1억7000만 달러로 치솟은 국가채무를 탕감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제퍼슨은 부실재정은 정부 권력의 위험한 중앙집중을 가져오고, 불필요한 세금 신설과 정부의 부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국채를 ‘원죄’로 여겼으며 부채를 없애는 일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부채 감소를 위해 연방정부의 일자리를 줄여 공무원 수를 감축했다. 대통령 주변에서 점점 늘어나던 화려한 행사를 일체 금지 시켰다. 제퍼슨은 대통령 취임식 때도 혼자 터벅터벅 걸었다. 취임식 기념 파티도 열지 않고 관사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국가 재정을 아낀 돈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업적인 루이지애나주를 프랑스로부터 헐값으로 사 영토를 확장했다.

나라 빚이 반년 새 111조나 급증했다. 나랏돈 씀씀이가 헤픈 문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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