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페이팡(Weng Mei Fang) 15세. 린슈밍(Lin Xiu Ming), 허윈진(He Yun Jin) 각 16세.

지난 3월27일 가짜 여권으로 잉글랜드에 도착한 뒤 행방불명된 중국 10대 소녀들이다.

앳된 얼굴에 생기발랄한 모습의 이들 중국 소녀는 가짜 여권으로 영국에 입국한 뒤 공항에서 망명을 신청했다. 영국 이민당국은 잉글랜드 북부 뉴캐슬 어폰 타인에 있는 망명신청자 임시거처에 이들을 수용했다.

3일 동안 임시 거처에서 함께 생활하며 망명심사를 기다리던 이들은 신원불명의 아시아 남자 한 명을 따라 임시 거처를 나간 뒤 행방이 두절됐다.

영국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따라 런던으로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후난성과 쓰촨성 출신으로 추정되는 이들 소녀가 중국계 인신매매단에 팔려 매춘굴로 향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배전단을 전국에 배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런던의 상징물인 이층버스 안에는 이들 소녀의 얼굴 사진이 나붙었고 더 타임스 등 영국 신문들도 중국 소녀 실종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시민들의 신고를 호소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어느 나라에 도착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경찰은 이민당국이 파악한 이들의 이름이 본명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처음 대하는 외국 풍물에 어리둥절해 하던 이들 소녀는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고 약속대로 나타난 친절한 중국 남자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떠났다.

위조 여권으로 영국에 도착한 뒤 망명을 신청하도록 하고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여자들을 빼돌려 매춘업소에 넘기는 것은 국제 인신매매조직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경찰 실종자 담당자인 줄리엣 싱어는 18일 "사라진 중국 소녀들은 십중팔구 런던의 중국계 마피아의 손에 넘겨져 매춘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어는 "어린 소녀들은 망명신청자 임시 거처를 떠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육체적 정신적 폭행을 당한 뒤 착취를 당하게 된다"며 "우리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들이 겪을 고통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조직들은 중국의 시골 마을을 찾아가 선진국에 가서 호화 저택에서 살면서 돈을 많이 벌도록 해주겠다며 어린 소녀들을 유혹해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한번 인신매매단에 걸려들면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외국이라곤 가본 적도 없는 어린 소녀들을 24시간 철저히 감시하며 폭행하고 매춘을 강요해 벌어들인 돈은 모두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매춘조직이 경찰에 적발돼야 비로소 부모형제가 기다리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지만 몸과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서방을 향한 중국 소녀들의 무분별한 동경이 빚어낸 한 편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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