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척당 후판류만 2만6000t 필요…2022년부터 업계 전체 수혜 기대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서명식에는 사드 쉐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칼리드 빈 할리파 알 따니 카타르가스 CEO,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연합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조선·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로 인해 감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철강업계 카타르발 낭보가 날아들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3일 세계 1위 LNG수출국인 카타르 국영 석유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가 발주한 100척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슬롯 확보계약을 체결, 조만간 본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이번에 수주한 LNG선은 1척당 가격이 평균 2300억 원에 달하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전체 계약 규모가 700억 리얄(한화 약 23조6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카타르는 현재 보유 중인 LNG선이 70여 척 규모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100척을 추가하는 등 190척까지 늘려 LNG생산량도 연간 7700만t규모에서 1억2600만t까지 늘린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초대형 수주프로젝트가 성사되면서 철강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대형 유조선 수주에 주력하면서 세계 1위 조선국 지위를 누려왔으나 2010년대 이후 중국이 수주시장에 가세하면서 위기로 내몰리다 지난 2015년을 전후해 수주절벽에 의해 몰락위기로 내몰렸다.

이후 국내 조선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유조선을 포기하는 대신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선 수주에 주력, 세계 LNG선 시장의 90%를 점유할 만큼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올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유가 급락과 세계적 물동량 급감으로 인해 전체 선박 발주량이 감소한 데다 올 들어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해 온 LNG선박 마저 중국조선사에 잠식당하면서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마저 내줬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사는 물론 지역 조선관련 철강업계는 빠르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 등 생존전략 구상으로 바빠졌다.

이런 가운데 무려 100척에 이르는 LNG선 수주가 이뤄지면서 수주 감소로 인한 위기로 내몰렸던 철강업계도 안도의 숨을 돌리게 됐다.

LNG선은 특성상 유조선에 비해 철강수요가 절반 정도에 미치지 않지만 워낙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철강 수요도 막대할 전망이다.

LNG선이 건조에 들어가는 주요 철강제품은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후판류와 탱커 들어가는 스테인리스강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에 따르면 LNG선 1척 당 소요되는 후판류만 약 2만6000t에 이를 전망이어서 어림 잡아 260만t의 후판류 수요가 예상된다.

또 탱커 내부에 제작에 들어가는 스테인리스류는 척당 약 600t에 달해 전체 수요가 6만t에 이른다.

이처럼 대규모 LNG선박 수주 낭보가 나오자 포스코는 물론 지역 조선관련 철강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조선업 특성상 이번 수주에 따른 철강 수요 발생은 오는 2022년께부터 이뤄질 전망이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던 터에 나온 소식이라 반갑기만 하다.

여기에 국내 조선 3사가 공동으로 발주함에 따라 조선관련 철강업체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포스코 역시 현재 탱커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강 대신 포스코 월드프리미엄 제품인 극저온강과 포스맥 등 고부가가치강 적용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수요 창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인 A사 관계자는 “당장 물동량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기로 치닫던 조선관련업계에 큰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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