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최근 대구경북연구원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밑그림을 내놓은 데 이어 3일에는 대구경북학회 주최로 시·도통합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전문가들과 함께 나란히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행정안전부 장관 재임 시 통합 창원시를 성사시킨 이달곤 국회의원은 기조발표를 통해 “대구·경북의 통합논의는 아주 필요하고 또한 적절한 시기에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전제하면서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의기투합해 이 같은 논의를 하는 것은 상당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통합과정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두 단체장이 뜻을 모은 만큼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원활하게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는 주문까지 했다.

대구경북의 통합론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전에도 통합의 필요성이 등장하였고 그때마다 시장·도지사들은 대구·경북의 상생을 이야기하며 원칙론적인 측면에서 공감을 나타내곤 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통합론은 그 내용과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1981년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이후 지금까지 여러 명의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시·도정을 맡았지만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의 시·도 교류만큼 질적 양적으로 긴밀하고도 많은 교류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지난 시절에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뉴스나 이벤트가 될 정도였다. 시청과 도청이 대구시내에 함께 있었지만 두 광역단체장의 상호 방문은 물론 조우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서로는 가까우면서도 실제로는 거리가 있었고 떨어져 있었다. 이때는 시장과 도지사 주변에서 통합은 이야기하는 자체를 터부시할 정도였다.

그런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딴 세상이 된 셈이다. 지금은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정례적으로 집무실을 바꿔가며 교환근무도 하고 있다. 시·도의 국장급과 과장급 공무원이 1년씩 파견되어 상호교환 근무도 한다.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 행사와 경제, 환경, 보건 분야 등 시·도행정 전방위적으로 공동기획 및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예전엔 상상도 하기 어렵던 일들이 지금은 시·도 사이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권영진 시장은 통합과 관련해 ‘행정통합은 시도민의 공감대 위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시도민과의 많은 교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철우 지사는 ‘대구·경북이 통합으로 지역의 획기적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이 시·도 상생을 위해 교류협력을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한자리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두 단체장의 공감대와 열정이 통합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선결조건임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의 통합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시대적, 상황적으로 통합의 절실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두 단체장의 공통된 인식과 추진력이 더해지고 있어 시·도통합의 결실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통합논의에 대해 광주·전남·대전·충남도 자료를 요청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부산·경남쪽에서도 마찬가지 움직임이다. 대구·경북이 통합을 선도해 나간다면 다른 시·도도 우리와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평을 열어가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덮쳤을 때 시·도민 모두가 의연함과 하나됨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K방역’의 성가를 전 세계에 높였듯이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으로 다시 한 번 새 길을 열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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