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질병관리본부(질본)의 핵심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조직 개편안에 대해 청와대가 전면 재검토 지시를 내린 가운데 최종 개편안이 나오기까지는 의견수렴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국립보건연구원을 현재처럼 질본에 그대로 둘 것인지, 복지부로 이관할 것인지를 둘러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정부 개편안에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소속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때문에 질본을 ‘무늬만 승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질본의 질본관리청 승격은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데 의의가 있는 만큼 연구기능을 복지부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전문성과 독립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욱이 산하기관이 다른 부처로 옮겨가면 인력과 예산도 감축될 수밖에 없다. 질본의 현재 정원은 907명, 예산은 8171억 원이지만, 현재 개편안에 따라 국립보건연구원(정원 127명, 예산 1420억원)이 빠지면 정원은 780명, 예산은 6751억원으로 줄어든다.

또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밑으로 들어가면 자칫 복지부 출신의 ‘자리채우기용’ 산하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개편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렸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가 이런 내용을 지적하며 국민청원으로 올린 ‘질본의 청 승격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시글에는 전날까지 3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조직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행정안전부와 복지부, 질본 등 관계 부처가 다시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안인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 아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을 감염병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는 당초의 개편안 취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감염병 치료제·백신 개발뿐 아니라 유전체, 줄기세포 등 보건의료 기술개발 분야도 다뤄야 하는데 보건의료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는 곳은 복지부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기능이 복지부의 바이오헬스산업 등 보건의료 사업이나 정책 등과 함께 추진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이런 부분을 언급하며 “국립보건연구원은 청의 소속기관 형태보다는 복지부의 직접 소속기관으로서 질병관리청과 같이 2개 (기관이) 공동으로 발전·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 바 있다.

다만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에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감염병 관련 역학분야 연구 강화와 함께 만성질환이나 미세먼지·전자담배 등 각종 중독물질로 인한 건강피해 대응 등의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논의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구기능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전반을 포괄하면서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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