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청와대는 9일 북한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통신연락 채널을 전면 차단·폐기하기로 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의도가 무엇인지 분석 중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상선공용망 등 모든 남북 간 통신연락 채널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정오부터 모든 연락선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지 3시간 만이다. 이에 따라 시험 통화 외에 한 번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직통전화를 비롯해 남북 간 모든 통신 채널이 끊기게 됐다. 지난 2018년 통신 채널이 활성화된 지 2년 만이다.

통일부는 “오늘 오전 공동연락사무소는 예정대로 북측과 통화 연결을 시도하였으나, 북측이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오늘 오전 동·서해 군 통신선과 상선공용망으로 북측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북측이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사실상 남측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대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남북 연락 채널 폐기에 이른 배경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일단 소집되지 않았다.

청와대 내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를 놓고 다각적인 해석이 나온다.

우선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최근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도화선이 돼 남북 핫라인 차단으로 악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며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남측이 한반도 문제를 푸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북한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측에서는 무엇인가를 풀어보겠다고 생각할 때 세게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냐”고 말했다.

남북 공동방역, 철도 연결사업, 개별 관광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제안한 상태에서 대북제재 문제를 풀어가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대화 복원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 등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남북관계를 진단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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