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에서 새 울음소리가 난다
비닐봉지 구겨지는 소리로 흐느낀다
지표에 내려앉은 충격
겹겹 주름으로 포개놓은 새
물의 날개로 날아와
시냇가 모퉁이 차지하고 있다
목새*라 했지!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말
대대로 유전되다가
아무도 모르게 이지러진 말
주워 담으려면 주르르 흘러버린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 서걱거린다
목새라 일러줘도
무슨 나무에서 사는 새냐 되물으며
낯설어 하는 / 피가 식어버린 말이
어리둥절 섬을 만들어 놓고 외로움 토해낸다
발가락 사이 파고들며 꼼지락 꼼지락 운다
사막의 기억이 뜨겁다

*목새 : 물결에 밀리어 한곳에 쌓인 보드라운 모래.


<감상> 하나의 언어를 아는 것은 하나의 풍경을 아는 것과 같다. 시인은 새로운 단어인 ‘목새’를 찾아내어 생각의 힘을 얻고 있다. 목새는 보드라운 모래이지만 이름처럼 새의 목청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물의 날개를 지니고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며 새의 울음소리를 낸다. 지나기는 사람들에게 일러줘도 무관심하게 듣는 말을 시인은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사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 사물은 나에게 말을 건네주고 본질을 보여준다. 목새가 모여서 섬이 되고 섬은 새들을 불러 모아 새 울음소리를 낼 것 같다.(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