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교수

2020년, 대한민국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코로나19를 세계에서 가장 잘 극복하고 있고, 이로 인해 2020년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폭이 세계에서 가장 적은 나라로 평가받았다. 코로나19가 부른 경기침체 앞에서 준비된 국가인 우리나라는 G11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G7을 향하여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국가들이 세계 일을 적절히 대표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면서 비회원국인 한국,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4개국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즉 G11 개국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G7 정상회담이 G11개 국가로 확대되고, 우리나라가 정식 회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날이 머잖아 올 것 같다. 그때가 언제가 되느냐의 문제는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다. 트럼프의 의중이 중국 견제에 있든 또 다른 의도가 있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초청하든지 말든지 그런 것과도 상관없다. 트럼프의 초청이 주장에 그치든 실현이 되든 그런 것 이상의 의미가 우리에겐 있다. 그것은 미국의 대통령이 2020년 G7 정상회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을 초청했다는 것이고 한국을 세계 11개국의 지위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OECD에 가입한 후 꾸준한 경제성장을 해왔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했을 때 많은 국민이 조기에 팡파르를 울렸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후 바로 다음 해에 외환위기를 맞아 IMF로부터 구제금융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무사히 극복하면서 꾸준히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 결과 2020년 현재는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세계 11개 국가 중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G11을 넘어 G7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0년 이내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강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는 그림 한 장이 그려진다.

위기에 대응하는 준비된 국가와 준비되지 않은 국가는 그 대응의 결과가 다르다. 1930년대 세계경제공황 때 미국은 케인즈안을 도입하여 뉴딜정책을 구상하고, 각종 사회제도를 도입하여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을 구제하여 미국 경제를 튼튼하게 하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할 때 케인즈 경제이론을 덜 도입했던 북유럽 국가들은 오일쇼크로부터 비교적 적은 타격을 입었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과 함께 세계화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던 1990년대 말, 개방에 준비된, 개방을 선도한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성장을 구가했다. 반면에 보호무역주의와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아시안 국가들은 깊은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는 개방 물결에 덜 희생되는 듯했지만, 내수에 의존하다 보니 외부로부터의 신자유주의 물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일본의 총GDP는 1996년 4조 5천억 달러에서 2016년 4조 9천억 달러에 머물러 있고, 2008년까지 총GDP 규모 세계 2위 국가에서 2016년에 3위 국가로 전락하였다. 1996년 39,322달러였던 일본의 국민 1인당 GDP가 20년이 지난 2018년에도 39,290달러에 머물고 있다. 2008년까지 성장하던 일본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잘 대처하지 못하여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준비된 국가와 준비되지 않은 국가의 차이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996년 OECD에 가입할 때, 국민 1인당 GDP 12,996달러로 39,322달러인 일본의 33%에 불과했다. IMF 시대를 무사히 극복하고, 2007년에는 국민 1인당 GDP 22,815달러로 35,295달러인 일본의 64.6%까지 추격하였다. 그리고 2018년도에는 국민 1인당 GDP 31,363달러로 39,290달러인 일본의 79.8%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국민 1인당 GDP가 300% 이상 증가 되었으나 일본은 전혀 증가 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일본은 20년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며 반짝 성장을 이루었지만, 코로나19로 다시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10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국민 1인당 GDP가 훨씬 많아질 것이고, 총GDP도 일본의 1/2 수준으로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아시아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4일 IMF가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경제성장률 -1.2%로 모든 G7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미국은 -5.9%, 일본은 -5.2%, 독일은 -7.0%, 영국은 -6.5%, 프랑스는 -7.2%, 이탈리아는 -9.1%, 그리고 캐나다는 -6.2% 성장한다는 예측이다. 1월에 IMF가 발표한 기존의 예상치에서 4월 변경한 낙폭 또한 우리나라가 가장 적다. 이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적극적이고 적절히 잘 대응함으로써 얻은 기회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무역 역자는 심화 되었다. 그러나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잘하면서 일상적 소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정부는 발 빠른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내수시장의 침체가 예상보다 적었다. G7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청신호다.

혹자는 인구 1억에 못 미치는 한국은 경제적 자급자족이 어렵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가벼이 본 시각이다. 우주인은 알약 하나로 며칠을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배설물의 처리를 통해 물을 공급받는다. 인구수에 의존하여 자급자족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G7 국가 중 캐나다는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적고, 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많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인구수가 세계 28위인데 20여 개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약하다. 인구수가 경제 규모의 필수 요건이 될 수도 없거니와 1억이라는 가상의 숫자는 하나의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IMF 시대 이후 2008년 경기불황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경제성장의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극복으로 의료산업과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국제신뢰도가 높아졌다. 정부와 국민의 노력은 ‘우리’라는 하나의 정신으로 뭉쳐있다. 인구도 관점에 따라 적은 것이 아니다. 한국형 뉴딜정책을 수행할 정치 환경도 좋다. 코로나19가 부른 세계 경기침체로 기업이 문을 닫고 실직자가 늘어나 모든 국민이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나라는 G11을 넘어 G7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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