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개학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포항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행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 됐다지만 행정 보건 당국이나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시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 가까이 되도록 알려지지 않다가 9일에야 밝혀졌다.

코로나 방역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의 공유가 가장 중요한데 행정 보건당국은 시민들에게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이 우한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을 불러왔는데 이번 포항 고3생의 경우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건 발생 시점이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국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시작됐고, 시민 불안이 큰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왜 이 같은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알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찰과 포항시에 따르면 숨진 고3생은 지난달 20일 등교한 후 설사 증상 등으로 조퇴해 집에 머물다 이틀 뒤인 22일 숨졌다. 숨진 고3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심하게 폐 손상을 입었고, 허벅지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이 이 고3생의 사체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급성폐렴이 직접 사망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학생과 접촉한 의사를 격리했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3생이 다니던 학교의 학생들은 등교를 계속하면서 의사는 격리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초기 증상 가운데 특징적인 것이 설사 증상인 데다 심한 폐 손상이라는 점이 알려져 있는데도 학생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이 고3생에 대한 정보나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고3 등교 첫날인 지난달 20일 포항에서 고3 학생 158명이 검사를 받았다. 당시 27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자 이들과 접촉한 70명이 예방적 검사를 받고, 기숙사생 61명도 함께 검사를 받았다. 이처럼 당시 상황이 엄중했는데도 코로나19로 의심할 충분한 증세를 보인 고 3학생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코로나 음성 믿을 수 있나, 사이토카인인가, 학교폭력인가”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 같은 추측이 난무하는 데는 시민 불안 심리가 깔려 있다. 포항시와 보건당국은 유사 코로나19 사례에 대한 불투명한 대응으로 시민 불안을 키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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