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권 구도 파장

김부겸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대신 당권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 결심과 함께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9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우원식 의원을 만나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조만간 전대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출마 선언을 할 때 임기 2년을 다 채운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대선 불출마 의사를 확인했다.

김 전 의원의 대선 불출마 의사 표명은 “대선 전초전으로 당이 과열되면서 당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이낙연 전 총리가) 출마하겠다고 하니 매우 유감스럽다”는 우 의원의 말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이 자리에서 “차기 당 대표 과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위기에 빠진 민생을 살리고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대선 주자의 전대 불출마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전대 출마 결심을 굳힌 김 전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김 전 의원은 다른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과의 회동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당헌·당규에 규정된 1년 전 당·대권 분리 정신을 내세워 이 전 총리에 사실상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이처럼 이낙연 전 총리의 당권 도전에 대해 여권 내 견제 기류가 커지는 가운데 대권 잠룡인 김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서 8월 전대는 물론 대선 경선 구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의원의 당권 도전과 대선 불출마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세균-김부겸 연대론’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 모두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의원이 당권에, 정 총리가 대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이번 전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앞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세균계가 ‘이낙연 대세론’ 저지를 위해 김 전 의원을 통한 ‘우회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이해찬 당 대표 역시 김 전 의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실제 4·15 총선 패배와 영남 출신의 한계를 지닌 김 전 의원이 지역 기반이 탄탄한 정세균계와 이해찬 대표의 후방 지원을 받는다면 당권 경쟁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가 대통령 경선에 출마하려면 2021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선거 비용과 전 당원이 투입되는 전당대회를 7개월 만에 다시 치러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당 대표 임기 2년을 지키겠다”는 공개 선언이 나오는 순간 치열한 당권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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