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난다, 팔랑팔랑

나비가 난다, 비틀비틀

나비가 난다, 흔들흔들

나비가 난다, 여릿여릿

나비가 제멋대로 팔랑거리는 것은

리듬 때문이다

나비를 얹어 흔들어대는 공기 때문이다

나비는 무력하고

리듬도 무력하고

다만 나비를 품고 있는 공기가 출렁일 뿐

공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리듬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일 외엔



<감상> 나비가 빛깔과 소리와 몸을 제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리듬 때문이다. 리듬을 조정하는 것은 바로 공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은 리듬에 따라 어그러지지 않고 살아생전에, 죽음에도 리듬을 잘 탄다. 사람 사이는 같은 자리에 놓여 있어도 얼마나 엉성하고 허약한가. 리듬이 잘 타야 인간관계도 잘 맞물려 돌아갈 텐데. 공기는 리듬으로 세계를 지배하므로 아무도 공기를 이길 수 없다. 나비의 리듬도, 인간의 리듬도 무력하게 만드는 게 공기이기 때문이다. 한때 세상의 리듬을 지배했다고 떠들어대는 인간들이여!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마지막 지점인 공기는 조정할 수 없기에 죽음에 이른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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