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는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가 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당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비록 제왕적 권한을 가진 지금의 대통령제에서도 이는 정당 정치의 불문율이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는 장차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후보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당의 대권후보와 당 대표의 역할이나 위상은 반드시 동등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상명하복의 종속관계는 아니다. 대권후보가 영향력을 발휘해 당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고 해도 대권후보와 균등할 정도로 자기결정권을 갖고 이어야 하는 것이 대권과 당권 분리의 정신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당권-대권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는 ‘선(先) 당권, 후(後) 대권론’이고, 다른 하나는 ‘당권-대권 분리론’이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여권의 대권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 이낙연 의원의 경우가 이른바 ‘문재인 모델’인 ‘선 당권 후 대권’ 꿈이다.

이 의원은 4선 의원을 지낸 경력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2012년 국회 입성과 동시에 18대 대선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를 경험했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패배 요인은 당내 리더십 결핍이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 도전해 당 대표로 선출돼 당내 기반을 다진 끝에 2017년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처럼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지 않으면 특정 후보에 대한 당내 줄 세우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권 주자의 사당화로 자신을 위한 대선 경선룰을 만드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권-대권 분리, 대권 주자 전당대회 출마 불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이 고심 끝에 당 대표 출마 결심과 함께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1년 전 당권-대권 분리가 규정돼 있다. 김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뜻을 밝힌 이유다. 배수진을 친 김 전 의원의 합종연횡이 기대된다. 이른바 정세균(대권)-김부겸(당권) 연대론이 부상할지 관심거리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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