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몰카' 공분 일으킨 수학강사 근무 학원, 지역구 주민 소통공간 변모

지난 1일 새롭게 문을 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인 만촌동의 한 빌딩을 지나는 주민이 주 원내대표의 사무실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박영제 기자

대구 수성구을에서 내리 4선을 하고 수성구갑으로 옮겨 5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새로 마련한 지역구 사무실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수성구 만촌동 대구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인근 수성메트로병원 장례식장 옆 빌딩 2층에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3월 13일부터 4월 18일까지 선거캠프로도 활용했는데, 이곳에서 5선에 성공했다.

임대규 사무국장은 “범어동 일대는 70~80평 사무실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 임대료 500만 원을 넘을 정도로 비쌌는데, 현재 사무실은 범어동보다 임대료가 200만 원 이상 싸고, 주차도 몇 대 가능한 데다 만촌역이 바로 곁에 있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이 된 이 공간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사건의 범인들이 근무한 곳이어서 눈길이 많이 간다. 명문대 출신의 수학 강사 2명이 근무한 유명한 학원이었다. 고액 연봉에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귄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 장면을 몰래 촬영해 지인에게 전송한 강사 A씨(36)와 그의 일부 범행을 방조한 강사 B씨(36)씨가 재판에 넘겨졌는데, 4월 23일 항소심에서 A씨는 징역 8년, B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피해자들과 사귀는 단계 등 성관계가 형성될 때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보면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고, 상당 기간 범행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성적만족을 위해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피해자 1명이 언론보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 신원파악이 안 된 피해자를 포함한 19명에게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을 종합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전 국민에게 공분을 산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명문고와 명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했던 이 학원이 해당 빌딩에서 자취를 감췄다. 임대규 사무국장은 “총선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도 “5선 국회의원을 배출한 강한 기운이 앞으로는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학원의 불미스러운 일보다는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장례식장이 걸린다는 의견이 나왔었는데, 주 원내대표가 핵심 참모들의 다수결 결정에 그대로 따라줬다”고 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북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학원이 있다가 비었다기에 지역구 사무실로 낙점했는데, 그 학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방금 처음 알았다”며 “장소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교통이 편리하다 보니 지역구 주민이 스스럼없이 찾아오면서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볶은 커피도 준비해놨으니 사랑방, 카페처럼 편하게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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