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대북전단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음에도 북한은 오히려 ‘이미 늦었다’며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밤늦게 발표한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 담화에서 청와대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냈다며 이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 비유했다.

앞서 청와대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평가절하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 채택 이후 2년 동안 “그런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에 불과하다는 게 장 통전부장의 인식이다.

그는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며 남측과 대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여졌다.

북한은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남측 정부의 원론적 입장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13일 담화에서 남측 외교부가 ‘북미대화 조속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낸 데 대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거친 단어를 쏟아냈다.

특히 남측이 비핵화 문제에 있어 “논할 신분도 안되고 끼울 틈도, 자리도 없다”고 하는가 하면, “북미대화가 없고 비핵화가 날아난(날아간) 것은 중재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한의 잇따른 대남 비난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대남 업무를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선언 이후 더 노골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장금철 통전부장 담화와 권정근 국장 담화에 대해 이날 오후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히고 전단 살포 단체 대표들을 수사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경기도의 경우 아예 접경지 일부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청와대도 나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어렵게 대화 무드가 찾아왔던 남북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정부가 내놓은 ‘카드’에 일절 호응하지 않으면서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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