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지난해 50만을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경북 제일의 도시 포항은 수돗물 필터 변색으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같은 해에 일어난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채 잠잠해지기도 전에 불거지기 시작했으니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 적절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해결된 것 같아 민간 조사단으로 참여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재발되지 않을까라는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포항시의 상수도에 대한 몇 가지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포항시에는 일제 강점기인 1924년에 처음으로 근대적인 상수도가 보급되었으며, 그 이후 행정 구역의 확장과 함께 증가되는 수돗물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996년에 준공된 양덕정수장을 포함해 총 8개의 정수장을 통해 약 95% 이상의 시민들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수장은 인구의 급격한 성장기인 1980년부터 1990년대 초반기에 준공되어 시설의 노후화도 간과할 수 없는 상태이며, 시설의 가동률이 시설용량을 초과하는 정수장이 5개소에 이르고 있어 안전한 수돗물의 생산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정수장의 평균 가동률이 64%임을 감안한다면 포항시의 정수장은 엄청난 과부하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정수장 설비의 확장이 쉽지는 않지만, 과부하 상태인 정수장의 용량 증설과 함께 소규모 정수장의 통합은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사람의 혈관과 같은 상수도관의 연장은 약 2,600km로 포항에서 필리핀 마닐라까지의 거리와 맞먹는 정도이며, 이 중에서 30년 이상 경과된 급수관은 약 69%로 전국 평균값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값을 보이고 있어 관의 상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심장과 혈관이 사람의 건강에 핵심적인 것처럼 상수도에서도 정수장과 상수도관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시설들을 항상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거 관리계획하에서 적정한 비용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수도 사용자는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적정하게 부담해야만 한다. 그러나 수돗물의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요금이 책정되어 있어 예산 확보가 쉽지는 않겠지만, 안전한 수돗물의 공급이 수도사업자의 책무임을 감안한다면 노후화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시설의 갱생·개선이나 관리에 우선적인 예산 배정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자체 취수량에 근거하여 산정되는 포항시의 상수도 자급률은 약 44%로 전국 평균값인 54%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원수를 임하댐, 영천댐과 같은 지역외의 수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가뭄 시에는 취수원을 진전지에서 형산강으로 변경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체 수자원 확보가 중요시되는 지구 환경시대에 상수도 자급률은 지속가능한 상수도의 구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새로운 수자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시는 상수도뿐만 아니라 하수도, 도로, 철도, 항만, 공항, 공원 등과 같은 많은 기반시설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까지의 도시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기반시설들은 우리의 공간을 빼곡히 채워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우리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기반시설의 철저한 관리에 관심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기반시설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 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포항시의 상수도 분야도 이러한 관점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와 적정 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와 함께 물 절약을 위한 시민정신의 함양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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