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기의 말랑한 뼈와 살을 통째로 안고

산후조리원 정문을 나온다 아직

아기의 호흡이 여자의 더운 숨에 그대로 붙어 있다

빈틈없는 둘 사이에 끼어든 사내가

검지로 아기의 손을 조심스럽게 건드려본다

아기의 잠든 손이 사내의 굵은 손가락을

가만히 움켜쥔다



<감상> 태아 속부터 호흡을 함께 한 엄마는 아기와 한 몸이었다. 엄마가 뼈와 살을 다 녹이고 출산하였기에 몇 달은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했을 것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의 호흡이 아직 엄마의 더운 숨에 그대로 붙어 있다. 가족의 일원으로 끼어든 아버지가 검지로 아기의 손을 건드리면 아기의 잠든 손이 사내의 손가락 하나를 움켜쥔다. 바로 가족의 시작이다. 어떤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사적인 생각이 개입되는 순간이 아니다. 그냥 자연그대로의 순간일 뿐이다. 가족의 시작과 과정과 끝이 이런 숭고한 모습이길 축원하고 싶어진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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