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환 변호사
금태환 변호사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장 기각이 큰 관심거리이었다. 구속 영장 발부가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여 국가 경제가 크게 영향받을 것을 걱정하였고, 법 앞에 평등이니 보통사람과 똑같은 기준에서 영장이 발부되어야 한다고도 하였다. 한국에서 구속·불구속은 유죄, 무죄와 같다. 아무리 죄가 무거워도 불구속되면 무죄방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사코 불구속되는 길이 있는가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변호사를 선임하려 하고 그 변호사에게 많은 돈을 지불한다.

변호사를 하면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느낀 것은 형사사건에서 일을 적게 할수록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죄질이 무겁고 재판을 오래 해야 하는 것은 대체로 돈을 적게 받고, 죄질이 가볍고 빨리 끝나는 것은 돈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영장이 기각되거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되면 참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듣는다. 시간과 노력에 비교하면 찬사는 반비례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사건 당사자 간의 선임계약이 자유로운 계약이니 어찌할 수도 없다. 모두의 양식과 선의를 믿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변호사 윤리가 개재된다. 변호사 윤리 장전은 말한다. “변호사의 보수는 사안의 난이, 소요되는 노력의 정도와 기간, 당사자의 이해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변호사 윤리 장전에서까지 이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경우 그러하지 않다는 것일 것이다.

필자는 소송사건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의식과 법원·검찰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돈을 주고 더 훌륭한 변호사를 모시고 싶은 것은 내가 행동한 책임을 변호사가 조금이라도 덜어 주었으면 하는 것 때문이다. 내가 행동한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보다도 어떻게든 내가 한 것보다는 적게 처벌을 받아보자는 것은 인간 본연의 심리이다. 이런 것을 확 떨쳐버려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내가 행동한 만큼 책임을 지자. 이런 자세로 나가야 한다. 좋은 변호사라고 한들 내가 한 행동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법원·검찰이 그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아니다. 법원·검찰이 그러할 리가 없다. 이점을 믿지 않는 일반인이 많으니 문제지만 비유하자면 기차사고 같은 것이 어떨까. 우리가 차를 타고 다니지만 일반적으로 기차사고가 나는 일은 없다. 정말 어쩌다 사고가 난다. 그러면 그것은 운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고 아무리 좋은 보험을 들어놓아도 사고 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재판에서, 형사사건 처리에서 이치에 맞지 않은 결정이 날 가능성은 기차사고가 날 확률보다 낮다. 그래도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그것은 인간이 제도를 운영하는 한계이고 운의 문제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법원·검찰을 불안해해서는 안 된다. 못 믿고 어떻게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여보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렇게 움직여지지도 않는데 지연 찾고 연고 찾고 학연 찾고 드디어 나중에는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책임진다는 말과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말은 같은 말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정 운이 나쁘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사건을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있는 변호사만 좋은 일 시킨다. 변호사는 의뢰인과 선임계약을 한 계약 당사자일 뿐이다. 변호사는 그 보수가 높을수록 좋아한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 맨 마지막으로 투입되었다는 변호사가 돈 때문에 사건에 뛰어든 것이 아니었으면 하고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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