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시스템 도시 '삐끗'…홍보부족해 업주들도 잘 몰라
개인정보 노출 될까 꺼리기도

노래연습장과 클럽, 헌팅포차 등 감염병 전파 위험이 큰 고위험시설 출입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의무화된 10일 오후 서울의 한 술집에서 직원들이 네이버 앱 QR코드 사용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

“QR코드 확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 방명록 작성을 병행할 수밖에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 일환으로 정부가 수도권 PC방과 학원 등에 대해 전자출입명부(QR)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한 가운데, 경북·대구 지역은 아직 고객 불편 및 홍보 부족 등을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자정 찾은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근 한 노래방에서는 방명록을 내밀었다.

노래방을 이용하려면 QR코드를 입력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전자출입명부 홍보물도 계산대 앞에 비치돼 있었으나, 앞서 술을 한잔 마신 손님들이 버벅거리자 노래방 직원은 ‘방명록을 작성해도 된다’고 안내하면서 체온을 확인했다.

다른 노래방에는 QR코드 체크인 안내판을 통해 네이버 로그인부터 성명(별명) 선택, QR 체크인, 집합시설 출입 위한 QR 체크인 페이지 동의, 전화번호 인증·확인 후 QR코드 생성, 계산대 확인까지 손님에게 모든 순서를 알려 QR코드 입력을 독려했다.

그러나 단체 손님이 QR코드 생성 이후 15초라는 제한된 시간에 모두 확인을 받지 못하자 일부 손님은 방명록으로 대체했다.

이곳 직원은 “QR코드 확인을 우선으로 하지만, 손님들이 노래방 입장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방명록 작성을 병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인 20~30대가 모이는 대학가는 그나마 QR코드 확인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는 추세지만, 중·장년층이 찾는 동네노래방은 QR코드 확인에 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전날 동구 지역 내 한 노래방에서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성명과 휴대전화번호를 쓰고 입장했다.

업주가 QR코드 확인을 위해 손님의 입장을 제재하는 일은 없었다.

이 업주는 “나이가 많은 손님들은 QR코드 자체를 모른다. 네이버에 접속하라고 하면 다음을 쓴다고 짜증을 내는 손님도 있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기도 하고 노래방을 찾는 손님도 많이 줄었는데, QR코드를 확인하든 방명록을 쓰든 신원만 확인되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고위험 시설 8개 업종에 대한 QR코드(전자명부시스템)를 시행했지만, 시민과 업주 모두 잘 모르고 지켜지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포항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헬스장 주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나 생활 속 방역(거리 두기) 때는 관련 지침이 적절히 내려왔고, 수칙도 잘 준수했는데 이번 QR코드는 어떤 말도 없다”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침에 따라 지문 입력을 통한 출입과 출입자 명부 작성, 유증상 회원 출입 금지와 운동 중 거리 유지를 이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말마다 PC방을 자주 가는 한 30대 남성도 QR코드 체크인은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영천의 노래방·유흥주점·댄스장 등도 주말 고위험 시설 어느 곳 하나 QR코드를 시행하는 데가 없으며, 일부 업종에서 출입자 명부 작성 정도만 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손 소독제,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위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업주들에 따르면 “QR코드 시행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들었으며 시에서 안내문 등을 나눠주고 일차적인 설명은 해줬다”며 “하지만 젊은층들은 모를까 나이가 좀 있는 업주들은 정확히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종들이 QR코드 의무 대상 시설로 분류돼 7월부터 이행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말에 걱정이 앞선다”며 “특히 술을 파는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은 대부분 1차 술을 마시고 오는 경우가 많아 손님과 트러블(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귀찮아서 되돌아가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시민들 또한 QR코드 시행과 관련해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 잘 모르고 있는 실정.

업주나 시민 모두 “QR코드 사용은 대도시와 젊은이들이나 알고 사용할까 중년층 이상 지방도시 시민들은 평소 잘 이용하지 않아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 관계자는 “QR코드 시행은 이번 달 말까지 계도 기간이고, 빠른 시일 내에 업주들의 집합교육을 통해 시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어르신 등 QR코드 사용이 어려운 손님들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수기 대장을 작성하면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칠곡도 일부 유흥업소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QR코드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오후 8시 칠곡군 왜관읍 한 노래방.

QR 코드 사용해 대해 문의하자 업주 A 씨는 “손님들이 싫어해 아직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계도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1일부터 앱설치는 하고 준비는 하겠다”고 말했다.

손님 B(47)씨는 “직장동료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왔는데 혹시라도 가족들에게 알려 질까 앱 사용이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유흥주점·단란주점·노래연습장 등에 대한 고정적 선입견 때문에 지인들은 QR코드 사용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재일 군 안전관리과장은 “업주와 손님 모두 앱 설치 및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관련 업소를 대상으로 현장 방문해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재용, 손석호, 권오석, 박태정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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