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구 칠곡군문화도시추진단장
권만구 칠곡군문화도시추진단장

지난 6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왜관지역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장면들이 펼쳐졌다. 비록 ‘문화특화지역사업’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이 달리긴 했지만 ‘코로나19시대’에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는지를 일상의 소중한 단면이 드러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지역에서는 ‘호국의 다리’라고도 부르지만 오래된 주민들에겐 오히려 ‘인도교’라는 명칭이 더욱 익숙한 다리에서 지역의 자생적인 동아리와 자율성이 확보된 마을, 칠곡군의 새로운 모습을 꿈꾸는 시민사회와 더불어 문화예술인들이 중심이 된 자유로운 행사가 진행되었다.

‘예술, 다리를 건너다’라는 테마로 3일간 진행된 행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참여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운동을 나온 지역의 주민들로 사전에 인지 못하고 나왔던 터라 더욱 신선하고 감동이었다고 한다. 때론 대도시에서나 있을 법한 버스킹에 의아해하며 주최자가 누구인지도 궁금해했지만 주민주도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지역의 문화적 역량에 대해 놀라워하기도 하였다.

코로나시대 억압되어있던 소망들을 내어보는 ‘희망달기’와 치열한 낙동강전투에서 산화되어진 군인과 무고하게 숨진 양민들을 위한 ‘진혼마임’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찡하게 하였고, 더러는 몇 명 없는 관객 앞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주민과 함께 호흡이 되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 걸개그림을 바라보며 힘든 마음을 함께 날려 보내기도 하고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순수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다.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다리를 건너는 사람과 왜관에서 관호리 집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지역주민이 지나다니는 공간에서 연주자나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은 형식보다는 문화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다가가고 일상에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기울였던 활동이었다. 이러한 기존의 형식을 거부하고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다가가 지나가다가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일상문화의 이끌림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산책을 하는 여유의 공간이기도 한 ‘호국의 다리’라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하여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었지만, 자유롭고 행정의 형식이 자제된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활동으로 ‘평화의 다리’로 나아가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염원과 더불어 문화적 욕구들을 풀어내고 담아낼 수 있는 시도였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었다.

문화도시로 나아가려는 칠곡군의 열정과 소망이 그동안 무심히 밟고 지나다녔던 ‘평화의 다리’를 다시금 생각하고 문화의 공간으로서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의 삶을 주체적으로 나아가고 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상의 문화가 ‘호국의 다리’가 아닌 ‘평화의 다리’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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