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경 포항지역위원회 위원·포항문화원 사무국장장
안수경 포항지역위원회 위원·포항문화원 사무국장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신호등 불빛에 쉼을 느끼는 도로, 주말이면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남북구를 긴 동아줄로 연결 지우듯 정체되는 곳, 이곳이 우현사거리다. 포항 사람들은 이 도심을 ‘나루끝’이라 말한다. 심지어 영덕에서 포항을 오가는 시외버스는 반드시 이곳을 경유하며 “나루끝 이시더, 내리소” 라는 운전기사님의 말에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처음 포항 땅을 밟으면 가장 의아하고 궁금한 지명, 나루끝이 아닐까?

강도 배도 없는데 웬 나루 그것도 끝 !

포항은 1970년 산업도시가 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물길 많은 벽지 어촌이었다. 물길이 많은 이유는 형산강 덕분이다. 울산에서 시작되어 경주를 거쳐 포항을 휘감는 이 강은 1920년대 말 제방공사가 있기 전까지 많은 지류를 풀어 놓은 형님 강이다. 그 지류들로 칠성천·냉천·양학천·학산천·여을천이 흐르고 이 내 (川)들은 도랑을 만들어 곳곳에 못을 낳았다. 속담에 풍어(豊漁)가 들면 ‘물 반 고기 반’이라 말하지만 포항땅은 알면 알수록 얼마나 물길들이 많은지 ‘물 반 늪 반’인 듯싶다. 오죽하면 도로명이 삼호로(三湖路)일까?

삼호 (三湖) 세 개의 호수, 두호(斗湖)·환호(環湖)·아호(阿湖)가 그것이다. 그러나 진짜 호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얼핏 호수로 보일 뿐 이젠 지명이나 도로명으로 남겨진 ‘포항풍경’이다. 어찌 보면 포항을 표현하는 고유명사가 된 듯도 하다. 또한 동해와 만나려는 천들이 영일만으로 모여드니 만(灣) 그 자체가 큰 호수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예부터 영일만은 용을 품은 큰 못 ‘어룡담’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 많은 물길들 중 여을천(余乙川)이 나루와 나루터를 이루었다. 그리고 끝자락이 바로 지금의‘나루끝’이다. 비록 흔적 찾기도 힘들어졌지만….

나루끝은 우현동·학산동·대신동의 경계 지점을 가리키는 역할을 한다. 경계를 이해하기 위해 세 동(洞)의 유래를 살펴보면 우현동(牛峴洞)은 7번 국도를 따라 넘어가는 고개 모양이 “누운 소와 같다.” 하여 소치재·소티재 라고 불리는데 한자로는‘牛峴 (우현)·牛峙峴 (우치현)’으로 표기한다. 또 다른 유래는 작은 고개라는 의미로 쇠티가 음이 바뀌어 소티·소현(小峴)으로 불린 후 우현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학산동은 다행히 지금까지 행정동의 이름으로 남겨져 있다. 학 세 마리가 날아가는 형상을 지닌 삼학산(三鶴山)에서 유래 된 지명으로 옛 학산동 사무소 터에는 동제(洞祭)를 지낸 ‘용담제당(龍潭祭堂)이 있다. 대신동(大新洞)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진출하여 공장을 설립하면서 새롭게 일어나는 신흥 마을로 그 의미를 한자로 풀이하였다.

“나루끝 가니더” “날끝 이시더” 이 문구만 사용하면 세 동이 만나는 경계점을 명확히 표시할 수 있으니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1995년 도농통합법에 의해 사라진 영일군의 북쪽 자연 경계 역시 나루끝 이었다. 지금도 흥해·청하·월포 주민들은 “포항 가니더.”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 또한 사라진 영일군의 자취를 지켜 낼 수 있는 구전 (口傳)의 흔적이다.

나루끝. 빨리 말하다보니 날끝이 되었다.
포항 가는 길목 나루끝에 포항문화원이 있다.
날끝에는 포항의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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