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습지를 찾은 흑두루미떼. 경북일보 DB.

대구 달서구청이 달서구 대천동·호림동, 달성구 화원읍 구라리에 걸쳐 있는 달성습지의 명칭변경에 나섰다가 공방만 남긴 채 중단했다. 달성군과 감정싸움까지 하면서 명칭을 바꿀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달성습지의 명칭 변경은 정창근 달서구의회 의원이 지난해 11월 5일 달서구청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1988년 달서구가 개청하면서 달성습지 전체 면적 200만㎡의 60% 정도인 130만㎡가 달서구로 편입된 데다 ‘달성습지’라는 명칭이 달성군에 소속된 습지로 인식돼 달서구민이 명칭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 달서구와 달성군 주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구의 대표 생태 습지에 맞는 명칭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창근 구의원의 주장이다. 정 구의원은 지난 8일에도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런 뜻을 다시 밝혔다.

김은영 달성군의회 의원은 15일 열린 제1차 정례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달성’이라는 명칭 자체가 삼국시대 성(城)이 있는 지명을 뜻하는 등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지명으로서 현재의 달성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구에 있는 달성공원도 예전부터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달서구의원 주장대로 라면 달성공원도 명칭을 바꿔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습지 및 야생동물보호구역이 6필지에 17만8여㎡인데,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1필지가 전체 면적의 97%에 달하는 등 습지로서의 실질적 비중과 가치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구역상 비율만 따져서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군의원은 “‘달성습지’라는 명칭이 대외적으로 지명도가 높고 고유명사로서 모든 시민이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달성군민과 달서구민 간 불필요한 갈등만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서구청은 ‘대구 강나루 습지’와 ‘동호 강나루 습지’ 등 2개의 새로운 이름을 내세워 명칭 공모를 실시한 뒤 대구시에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 건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최근 달성습지 명칭 개정을 놓고 달성군과 마찰을 우려해 명칭 제·개정 추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손만성 달서구청 환경보호팀장 “대구시 전체로 봤을 때 구·군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명칭 공모도 보류했다”며 “달성습지가 대구 전체 자산으로서 새로운 이름을 가져야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창근 달서구의회 의원은 “달성군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며 “다만, 행정구역상 달서구가 60%를 차지하고 있고 대구시 전체 자산으로서 이름을 새롭게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전재용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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