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풀리면서 상승 부추겨

지난달 25일 포항시 북구 우현동 한 할인마트 축산물코너에서 직원들이 가격이 급등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진열하고 있다.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올 봄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작황이 나빠진 데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일시적 소비증가로 인해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 밥상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국 평균 배추 1포기 소매가는 4281원으로 1년전(2710원)에 비해 58%나 급등했다.

이날 대구 동구 지역에서는 전년(2888원)보다 55.8%나 비싼 4500원에,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전년(2830원)보다 35.3% 오른 3830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양파(1㎏) 전국 평균 가격은 2115원으로 전년(1576원) 보다 34.2% 오르는 등 참깨(29%)·고구마(28.5%)·감자(27.5%)·당근(22.4%)·시금치(20%)·양상추(19.3%)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량작물과 채소들의 가격도 두 자릿수 이상 뛰었다.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봄철 이상저온으로 배추·감자 등의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양파의 경우 최근 2~3년간 가격 불안에 시달린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작물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양파 등 일부 작물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 증가로 인한 가격 폭락의 기저효과가 체감 상승률이 더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과일 가격도 상승세다.

청송군 농산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해 1㎏당 3766원이던 사과 도매가격이 지난 14일에는 5895원으로 56.5%(2129원)나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16일 영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2만5000원~3만원 선이던 사과 10㎏ 1박스가격이 이날 5만5000원~6만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영주시 관계자는 “농가나 apc(유통센터)에도 사과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7월 하순경에야 햇사과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철 맞은 참외(10개 기준) 역시 전년(1만5999원)보다 9.3% 비싼 1만7492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aT가 밝혔다.

지역 과일 도매업계는 “이상기온으로 인해 참외 출하량이 크게 줄었고, 사과는 수확철이 아니라 저장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달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일시적 수요증가가 가격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축산물 가격도 최고치다.

aT가 조사한 지난 15일 한우등심 1등급 100g 가격은 9887원으로 전년동기(8179원)보다 20.8%, 한우안심(1만2615원) 역시 전년동기(1만604원) 대비 19%나 뛰었다.

덩달아 미국산 갈빗살(100g)도 3103원에 거래되며 1년 전(2239원)보다 38.5% 오르는 등 축산물도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한 지난 15일 기준 삼겹살(1㎏) 소비자 가격은 1년 전(1만9531원)보다 4960원(25%) 비싼 2만4491원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5월 들어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달리 지난 1월 설날 이후에도 가격 조정 없이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포항축협 관계자는 “소 산지 가격이 음력 설쯤 가파르게 오르다가 이후에는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오르고 있다”며 “원재료값이 2~30% 상승해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고객 이탈 우려로 가격조정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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