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에스포항병원 신장내과 진료과장
최준석 에스포항병원 신장내과 진료과장

최근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일반건강검진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료 현장에서도 ‘사구체 여과율 감소’와 ‘요단백 양성’의 소견으로 신장질환에 대한 확진 검사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와 보호자의 얼굴에는 ‘곧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금방이라도 건강이 나빠져 죽는 것은 아닌지’ 등 걱정과 두려움이 서려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기와 같은 결과가 적힌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환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자 위와 같은 소견으로 신장내과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단 및 치료를 받게 되고 예후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요단백 양성이란 ‘요시험지봉을 이용한 반정량 검사법’에서 단백뇨가 검출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 검사법은 건강검진에서 단백뇨의 선별검사로써 이용되고 있으나, 소변의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 신장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단백뇨가 검출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요단백 양성’으로 신장내과로 내원한 환자는 하루 동안 소변으로 배출되는 단백뇨의 양을 알아보기 위해 ‘24시간 채뇨를 통한 단백뇨 정량측정’ 혹은 ‘무작위 단회뇨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의 측정’을 받게 된다.

소변검사를 통해 하루 소변으로 배출되는 단백뇨의 양이 30㎎ 이상일 경우 단백뇨가 있다고 진단한다.

단백뇨는 일과성이거나 지속성일 수 있다. 일과성 단백뇨는 탈수, 감정적 스트레스, 운동, 발열 및 장시간 기립 등에 의하여 유발될 수 있다. 이 같은 유발 원인을 제거하고 1개월 정도 뒤에 소변검사를 재시행했을 때 단백뇨 검출 여부를 확인해 단백뇨가 ‘일과성’인지 ‘지속성’인지 구분하게 된다. 일과성 단백뇨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치 않다.

지속성 단백뇨는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등의 영상의학적 검사 그리고 필요할 경우 신장조직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은 후 신장 기능의 보존을 돕는 치료를 시행한다.

‘사구체 여과율’이란 신장이 신진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건강검진에서는 분당 여과율이 60㎖/1.73㎡ 미만일 경우 신장질환이 의심돼 확진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신장내과 의사는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해 내원한 환자에게 가장 먼저 ‘과거에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는 급성 신장손상과 만성신장 질환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만성신장 질환이란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또는 신장 조직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소견이 3개월 이상 이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급성신장손상은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대부분 신기능이 회복되는 편이나, 만성신장 질환은 원인과 관계없이 비가역적이며 진행하는 경과를 거쳐 점차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하게 된다.

만성신장질환자들은 신장기능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할수록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도 정상인보다 대략 10∼30배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대한신장학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말기신장질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40%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만성신장질환의 치료는 남아있는 신장기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끝으로 만성신장질환자들이 신장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수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젓가락만 사용해 식사하실 것을 권한다. 숟가락을 사용하면 국물류 음식을 먹을 때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기 쉽다.

△잔여신장기능에 따라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수분을 섭취해 탈수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성신장질환자에게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계속되는 흡연은 투석치료와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 의사와 상의해 혈압과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약물의 사용을 가급적 피하고, 약물을 사용할 때에는 신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의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