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지만 서민들은 물가하락을 실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뛰는 물가에 놀라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제가 과연 현실에 적합한 것이냐,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문제에도 직면했다”고 한 고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서민들의 심정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 4월 이후 일명 ‘한국판 양적완화’를 진행하면서 시장이 필요로 하는 돈을 다 풀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득이 감소한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 서민들 사이에는 ‘재난지원금이 삼겹살 가격만 올려 놓았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원한 긴급재난지원금은 한 달 여 만에 바닥이 났지만 오른 밥상물가는 다시 내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가계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3월부터 5월까지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배추 같은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넘게 값이 올랐다. 축산물과 농산물의 가격 급등은 서민 가계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채소류가 9.8% 오른 것을 비롯해 농산물 물가가 평균 3.1% 올랐다. 6월 들어 물가 오름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4월에 이어진 저온 현상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준 데 비해 긴급재난지원비 지급으로 농축산물의 소비가 5~6월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보다 현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가격을 보면 물가가 얼마나 뛰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물가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전국 평균 배추 1포기 소매가가 4281원으로 1년 전 2710원에 비해 58%나 뛰었다. 같은 날 포항죽도시장에서는 전년 2830원 보다 35.3% 오른 3830원, 대구 동구 지역에서는 전년 2888원 보다 55.8%나 비싼 4500원에 거래됐다.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양파와 감자 등은 전국 평균 각 34.2%, 27.5% 올랐다. 그 외에도 참깨와 고구마, 당근 등도 모두 20%대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한은의 ‘저물가’라는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돼지고기는 정부가 가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산지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는데 소비자 가격은 다락같이 올라 ‘금겹살’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비자 선호 부위인 삼겹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산지가격은 지난 5월 말 소폭 상승했지만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후 지속적으로 값이 떨어져 6월 16일 기준 4578원/kg을 기록해 전월 대비 오히려 약 11%나 하락했다. 하지만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은 100g당 2449원까지 상승, 같은 기간 약 8% 올랐다. 재난지원금이 삼겹살 가격만 올려 놓았다는 말이 안 나오게 이런 미스매치를 신속하게 조정하는 물가 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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