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 공청회서 반발

17일 오전 대구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연호 공공주택지구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서 연호 공공주택지구 화훼단지 비상대책위원회가 LH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수성구 이천동 배내골에 50년 동안 거주한 A씨는 김씨와 장씨 등 5개 성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에서 7대에 걸쳐 살았지만, 1967년 군부대가 생기면서 강제로 이주해야 했고, 1977년 방공포병학교 확장으로 거주지를 또 옮겨야 했다.

이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지구를 짓는다며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2차례나 강제이주를 당한 것도 서러운데, LH는 행복주택을 짓는다면서도 우리 마을 14가구의 이주대책은 전혀 세워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토교통부와 LH, 대구시, 수성구 모두 찾아가 대책을 요구했지만 기관장 등 책임질 수 있는 이들은 면담조차 거부하고 전화번호조차 가르쳐주지 않고 있는데 LH가 과연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특히 “연호지구와 가까운 대덕산은 금호강, 팔공산을 잇는 대구의 대표적인 바람길로서 시원한 산바람을 도심지로 끌어들여 주는데, 2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막혀버릴 것”이라며 “2022년까지 도시 숲 100개를 조성하겠다는 대구시의 발표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환경영향평가에 분명히 고려해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오전 10시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구 수성구 연호동과 이천동 일원 89만6789㎡ 부지에 신혼부부·청년을 위한 행복주택 3940가구를 포함해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4195가구에 법원과 검찰청을 짓는 ‘대구연호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 참석한 A씨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며 LH를 성토했다.

공청회 사회를 주재한 이상문 협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오늘 설명회에서 나오는 주민의 요구와 의견은 법적 효력을 갖는 진술로서 의미가 크다”며 “바람길에 대한 지적은 환경영향평가에 수용해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향평가단 이재섭 LH 부장도 “바람길에 대한 지적을 충분히 검토해서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서영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두리봉과 대덕산, 이천내지에서 불어오는 바람길 주변에 녹지를 조성하고 건축물 배치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는 요청자 기준 30명 이상인 68명의 토지소유주 등이 요청해 열렸는데, 설명회에는 20여 명 정도의 연호지구 주민과 연호화훼단지 토지소유주가 참석했다.

하상식 연호화훼단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쫓겨날 처지에 놓인 화훼단지 소유주들에게 LH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며 “LH가 대체부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오늘 공청회는 많은 주민이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효”라면서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지소유주도 “주민이 직접 전문가 패널을 초청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LH 측에 수차례 요구했다. 공청회 재개최 요구도 이날 법적 효력을 갖는 의견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이재섭 LH 부장은 “공청회에 몇 명이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오늘 공청회는 유효하다”면서 “법적·제도적 절차인 공청회 외에도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많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답변해 참석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LH 측은 오는 9월께 보상계획 공고에 이어 11월부터 6개월 동안 보상금액이 적힌 협의보상 안내문을 토지소유주 등에게 보낸 뒤 보상 협의를 이어나가고, 2021년 8월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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