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은 사람과 같아서
가시로 몸을 지키며 오랫동안 살아갑니다.

선인장이 된 사람은 치매를 앓아도 지킬 것이 있어
온갖 욕을 합니다.

욕을 하지 말라고 말렸더니
욕이 배따고 들어가냐며 찌를 듯이 대듭니다.

욕을 듣고 오랫동안 마음이 아픈 건
욕을 배따고 들어가서
가시 많은 선인장으로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라고 했더니
맞네, 하면서 웃습니다.

세상이 사막이어서
웃어도 슬퍼 보입니다.

오늘 아침에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선인장 하나 죽었습니다.


<감상> 어리석은 자는 상대방에게 온갖 욕을 해대면서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치매를 앓으면서도 물질(돈)에 집착하여 온갖 욕을 퍼붓습니다.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은 내뱉는 욕들이 배따고 들어가서 죄를 쌓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죽음에 이릅니다. 욕 하지 말라고 말리고, 가진 것이 많은 데 베풀라고 해도 오히려 화를 내니, 저승에 가서도 돈귀신이 되어 재물만 헤아리는 과보(果報)에 놓이고 맙니다. 많이 가진 자들이여! 이승에서 베풀기 싫으면 남에게 욕하지 말고 좋은 말이라도 보시하고 떠납시다. 어느 누가 도시 사막에 선인장 하나 떠났다고 애도할 사람이나 있겠습니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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