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매일 수백 개의 비즈니스가 생겨나며 모두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 독특한 제품, 보다 편리한 서비스 혹은 기발한 마케팅으로 자신을 차별화시키려 한다. 미국에서는 브랜드 이름으로 승부를 보려 한 디자이너가 있었다. 아티스트이자 의류 디자이너인 에릭 브루네티(Erik Brunetti)가 자신의 의류 브랜드를 FUCT라고 명명한 것이다. 회사 측은 FUCT가 믿을 수 없는 친구 (Friends. U Can’t Trust)의 약자라고 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영어권 국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브루네티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비속어를 소리 나는 그대로 쓴 것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티셔츠 중심의 스트릿웨어 브랜드인 FUCT는브랜드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을 보여줬다. 티셔츠에 크게 브랜드 이름이 적혀있거나 모자에 브랜드 이름을 새겨넣는 등, 브루네티의 브랜드는 이름 자체가 핵심적인 구성요소이자 시선을 사로잡는 마케팅 무기였다.

브루네티는 위조품 판매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FUCT의 상표 등록을 시도했다. 욕도 상표 등록이 가능할까? 당시의 미국 상표법은 상스럽거나 비윤리적인(scandalous or immoral) 상표는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즉, 욕은 상표 등록이 불가능한 것이다.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면 브루네티는자신의 브랜드 FUCT의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가품 업체가 있어도 법적 대응을 할 권리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FUCT의 상표 등록은거절되었고 브루네티는 등록 거절의 근거인 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브루네티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브루네티는 FUCT가 비속어이기는 하지만 종교 활동의 자유,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1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원칙은 상스러운 표현을 할 자유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상표청은 저속한 표현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 아니며 정부가 많은 사람이 불쾌감을 느낄만한 표현을 연방 시스템 차원에서 보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9년 6월, 6대 3 의견으로 ‘상스럽거나 비윤리적인’ 이름에 연방상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법이 위헌이라며 브루네티의 손을 들어줬다. 법이 특정표현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 이념에 맞지 않으며 불쾌감을 주는 표현이라고 해서 발언을 묵살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브루네티의 케이스가 처음으로 금기를 깬 것은 아니다. FUCT 이전,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이루어진 밴드가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 법원의 판단을 부탁한 적이 있다. 밴드의 이름은 The Slants로 타 인종들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찢어진 눈’이라는 단어를 희화화하여 사용한 것이다. 상표청은 불쾌감을 일으키는 표현이기에 상표 등록을 거절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이 판단이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The Slants의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100년 넘게 이어지던 금기가 깨졌고 브루네티는 현재 FUCT로 열 개 이상의 상표 신청서를 접수한 상황이다. 브루네티의 승소 이후로 상표청에 온갖 비속어를 이용한 신청서가 쇄도했음은 물론이다. 비속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한 상표도 있고 창의성을 발휘해 웃음을 짓게 하는 이름도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다면 비속어를 이용한 이름도 선택지에 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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