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차 협력사…"주거래 은행과 갈등 원인"
은행 측 "성추행 소송과 대출 거절은 관련없다"

경영난으로 사업을 포기한 경주시 외동읍 명보산업이 공장 기자재를 지키기 위해 차량으로 정문을 막은 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19일 현재 3일째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는 경주시 외동읍 문산일반산업단지 내 명보산업의 또 다른 사업 포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차 2차 협력사인 명보산업은 지난 17일 경영난으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현대차와 1차 협력업체 등에 보냈다.

앞서 15일에는 주거래 은행인 경남은행에서 만기가 도래한 토지, 건물, 장비 대출 연기도 거부됐다.

이에 따라 명보산업은 80여 명의 직원에 대해 급여와 퇴직금을 정산하고 모두 퇴사조치 한 후 공장 문을 걸어 잠갔다.

이처럼 명보산업이 독점 생산하던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자 1차 협력업체는 물론 현대차 완성차 공장까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명보산업의 사업 포기에 대해 단순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경영 악화 문제를 벗어나, 단가 후려치기 등 자동차 부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주거래 은행과의 갈등 등이 복합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명보산업은 최근 돌아온 3억여 원의 어음을 결제 한데다, 시중 금융권의 대출금 이자도 모두 갚는 등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채 규모가 총 68억 원 정도인 경남은행과 최근 갈등을 빚으면서 추가 대출이 거절당한 것을 사업 포기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주거래 은행으로 관계를 맺어 온 명보산업과 경남은행이 갈등을 빚은 것은 지난해 발생한 은행 직원과 명보산업 대표와의 소송전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편과 공동으로 명보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8월 은행직원 B씨를 만나 대출 상담을 하던 중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 B씨는 파면됐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는 것.

이 사건 이후 A씨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다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했으며, 현재도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결국 5년 넘게 주거래 은행으로 거래하면서 매년 100% 성장한 견실한 기업인 명보산업에 대한 대출 거부는 성추행 소송에 대한 앙갚음으로 관련 업계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은행 관계자는 “심사결과 회사 규모에 비해 이미 많은 대출을 이용하고 있어 더 이상 대출을 할 수 없었다”면서 “성추행 직원 파면과 대출 거절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18일부터 외주 용역이 공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명보산업은 자동차 시트 백커버와 퓨즈박스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1차 협력사인 리어코리아와 동국실업, 세원E&I, 베바스토 등에 납품하고 있다.

해당 부품들은 1차 협력사를 거쳐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넥쏘 등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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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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