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경 정책들이 국가 경제도, 국민의 삶의 질도 무시한 환경원리주의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에코파시즘(Ecofascism)에 가깝다. 마이클 짐머먼이 에코파시즘을 “전체주의적 정부가 ‘자기 국가의 민족’이 잘 살 수 있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땅을 가져야 한다며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사상”이라고 했다.

환경을 지키자는데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환경 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과학적, 전문적 검증을 무시한 채 환경원리주의자들의 선동으로 환경 정책이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환경부가 유통과 식품업계에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일명 ‘재포장금지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묶음 판매는 가능하지만 묶음 할인 판매는 금지된다. 지금처럼 라면 다섯 개를 묶어 팔 수는 있지만 하나 더 붙여 값을 동일하게 받는 것은 금지다. 1000원 짜리 제품 2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하는 것은 되지만 1000원 짜리 2개를 묶어 1900원에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다. 또 다른 종류의 상품을 한 박스에 모아 파는 것도 안 된다. 두 가지 종류의 맥주를 한 묶음으로 해서 판매하는 것도 위법이 된다.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자유경쟁 마케팅 체제를 환경 유해성 근거나 영향평가, 현 정부가 좋아하는 공론조사 조차 없이 세계 최초로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입법 취지를 묶음 할인 경쟁으로 묶을 때 사용하는 접착제와 플라스틱, 포장박스가 과도하게 쓰이기 때문이라 했다. 마트나 슈퍼마켓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입안자와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결탁이 의심될 정도다.

많이 샀을 때 깎아주는 것은 소비자 후생이고, 가격 인센티브로 소비를 증대시키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에게도 기업에도 모두 피해만 주는 유례없는 환경파시즘 마케팅 규제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미래산업의 한 축인 원자력을 포기하고 온 산천에 시커먼 태양광패널을 깔아대는 데 눈 감고 있는 환경원리주의자들이 국가와 국민 경제를 피폐하게 하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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