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다사다난했던 2020년 1학기가 끝났다. 한동대학교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3월 초 개강을 미루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일찍 학기를 마쳤다. 학기 말 이후로 미룬 실습과 발표 수업 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큰 탈 없이 한 학기가 지나가서 모두 안도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이번 학기에는 녹화 수업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엄청난 변화와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 학회와 대외활동, 학내의 여러 회의, 주일 예배마저 취소되어 남은 시간이 모두 수업 준비에 투여되었다. 우리 대학에서는 코로나19가 좀 잦아들던 학기 중반에 전교생의 1/4에 해당하는 천여 명이 기숙사로 들어왔는데,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이들을 면담하고 관계를 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늘 긴장 상태로 지내던 학기가 끝난 것은 좋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를 복기하고 미래를 대비하라는 방학숙제가 모든 대학에 주어졌다. 설사 이번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 해도 6개월 전의 그 교정과 교실의 모습으로 돌아갈 공산은 크지 않으니, 2020년 1학기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처럼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기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려면 방학숙제를 잘해야 한다.

먼저 당연하게 여겨온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 대학은 가르치는 곳인가, 학문적 토론과 연구를 하는 곳인가, 돈을 받고 학점을 주는 곳인가, 학생에게 감화를 주는 곳인가, 인맥을 만드는 곳인가? 그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대학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일부 대학생들의 요구도 당혹스럽지만, 그 요구와 대학들의 대응 이면에 깔린 대학에 대한 이해가 각각 다른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무엇 하는 곳인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에서의 배움과 가르침이 가지는 의미도 생각거리다. 이전에도 온라인 교육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대학 구성원들의 반응은 제한적이고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학기를 계기로 온라인 교육의 장점과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제 교수와 학생이 서로 침방울을 주고받는 환경이 가지는 의미를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참에 온라인 수업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지만, 누군가는 소수의 학생이 넓은 교실에 모여 교수에게 직접 수업을 듣는 값비싼 귀족 대학을 꿈꿀지도 모른다.

이는 대학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물음과도 연결된다. 도서관과 교실도 중요하지만, 복도와 식당, 운동장도 중요하다. 수업도 있지만 동아리 활동도 있고, 교수와 학생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끼리도 만난다. 지성을 함양하는 곳이지만 그 활동은 적어도 최근까지 같은 공간과 몸의 부대낌을 동반했다. 대학의 공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지금까지 별다른 근본적 숙고 없이 이뤄진 대학 캠퍼스들의 난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긋지긋한 대학 서열화와 애달픈 미국 대학 바라기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대학의 수업에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이를 유학생이라 부르기는 낯설다. 세계 유수의 학자들을 그들의 거실에서 우리의 공부방으로 초청할 수 있다면 서울지역 대학과 지방대학, 토종박사와 해외박사의 구분은 희미해질 것이다.

모두가 대학의 기나긴 방학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비상한 한 학기를 보낸 올해 방학은 여느 때처럼 새 학기의 수업을 준비하고 연구에 매진하는 것으로 채우지 못할 것 같다. 대학의 본질과 미래를 묻는 특별한 방학 숙제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우리나라 대학과 대학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