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감상> 아들에게 “밥 먹었나, 잘 지내냐고” 물으면 문자로 오는 대답은 늘 “응”이었다. 이 시를 읽기 전에는 건방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자. 해와 달 사이, 그대와 나 사이, 좌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뜻이 아닌 소리글자인 “응”이 있었다니. 지구(지평선)를 중심으로 해와 달을 거느리고, 그대를 중심으로 나의 심장이 꿍꽝거리는 엄청난 글자가 “응”이었네.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이 “응”인데, 나는 아직 “응”이라는 문자를 보내지 못했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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