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늙은 늑대가 지금까지 혼자만 재미를 보고 있다.” ‘삼국지’의 여포가 천하일색 초선을 돌려주지 않는 의붓아버지 동탁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여포는 원래 늑대 같은 놈입니다. 비록 용맹함은 뛰어나다고 하나 앞뒤를 분간 못하는 위인입니다.” 진등은 조조에게 여포를 늑대 같다고 욕했다. 조조 자신도 “양의 가죽을 쓴 늑대”라는 욕을 들었다.

제갈량이 위나라에 대한 북벌을 단행하자 위나라 사도 왕랑이 제갈량에게 따졌다. “공께서는 하늘의 운수를 알고 매사에 밝은 몸이신데 어찌 명분 없이 군사를 일으켰소.” 화가 난 제갈량이 왕랑에게 늑대 같은 무리라고 막말을 내뱉자 충격을 받은 왕랑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중국에서 사납게 정권을 휘두르거나 남에게 포악하게 구는 자를 늑대에 자주 비유한다. ‘늑대 품에 어미 젖줄 찾듯이 몰려간다’는 속담도 있다. 상대편이 자기에게 음해를 가하려는 줄도 모르고 순진하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빗댄 속담이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며 특히 폭력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는 지속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인간에 대해 늑대와 같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비참하고, 괴롭고, 잔인하며 그리고 짧다.” 영국 철학자 홉스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늑대’라고 천명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늑대는 흉포하고 간악하며 무자비한 대명사로 활용됐다. 권력투쟁이 치열한 정치판은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이나 마찬가지다. 평소에 선량한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갔다 하면 간교하고 잔학한 늑대로 변해 날뛰는 것을 셀 수 없이 많이 본다. 그 때문에 정치판에는 조조가 말한 군사작전 하듯 힘을 바탕으로 무찌르는 ‘무략(武略)’이 판친다.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이다. 거대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한 ‘무략정치’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를 열고, 상임위원장을 뽑고, 야당 의원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는 권력 폭주다. 앞으로 4년 이어질 ‘늑대정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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