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 사막
아무도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었다
몇 천 년 만에 폭우가 내렸다
내 생애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넘실대는 활자를 품고
달의 계곡을 걷기 시작했다

모래 바람이 부풀고 있다
싹트던 문장들이 낙타 등에서 곤두박질쳤다
발길에 채이고 짓밟히며
죽음의 계곡으로 떨어졌다
찢어지고 젖어 알 수 없는 문자들

이름 한 번 얻지 못한 사막 깊은 곳에서
뜨겁게 달궈진 시가 훗날 발굴될 수 있을까

빗방울을 발목에 걸고
내일 또 내일을 걸어야겠다
흔적 없이 또 사라질지라도,


<감상> 시인이 시 한 편을 완성하는 것은 사막에 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것이다. 비가 오길 기다리면서 꽃들이 발소리를 내며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부풀어 오르던 문자와 문장들마저 모래 바람에 흩어지고 만다. 천 년 만에 폭우가 쏟아지듯, 시 한 편을 완성하였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사장되고 만다. 온몸을 다해 완성된 시가 사막 깊은 곳에서 묻힌다 해도 또 다른 빗방울을 기다리면서 내일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낙타의 사체와 함께 묻어둔 시는 훗날에 꼭 발굴될 것이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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