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민 1만3500여 명이 참여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생물’ 국민 투표에서 나무 종류 중에서는 소나무가 가장 많은 사람(2286명)이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는 한국인에게 있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하는 나무’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성스러움을 알린다. 일생 동안 소나무로 만든 가구나 도구를 사용하고 죽어서도 소나무 관에 육신을 뉘어 소나무 숲에 잠든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나무다. 동구 밖의 신령스런 고목은 으레 아름드리 소나무 고목이고, 십장생도에도 소나무가 늠름하다. 절개와 지조의 ‘세한도’에 소나무가 있고, 소나무는 지사(志士)의 상징이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 년 두고 흐른다.’ 우리 가곡 ‘선구자’의 푸른 솔은 결연하고 비장하기까지 하다.

지구상의 소나무 종류는 100여 종에 이른다. 우리나라 소나무 가운데는 경북과 강원도 지역의 산에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대표적인 종이다. 금강소나무 생산의 본고장인 경북도청 앞마당에 최근 특별한 소나무가 심어졌다. 나무껍질에 흰 얼룩무늬가 있어서 ‘백골송(白骨松), 백피송(白皮松)이라고 불리는 백송 고목을 옮겨 신은 것이다.

이 백송은 예천군 풍양면에서 태어나 석유 사업으로 부와 명예를 얻은 고 조동휘 대원석유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후손이 기증한 것이다. 수령 50년 정도의 이 백송은 고인이 정성을 다해 가꾸던 소나무다. 백송과 함께 반송과 주목, 배롱나무 등 7종 151그루의 나무들을 기증 받아 도청 마당에 심었다.

백송은 원래 중국에서 들어온 종으로 중국을 왕래한 사신이 선물로 묘목을 받아와 심기도 했고, 문익점의 목화처럼 씨앗이나 묘목을 몰래 들여와 키웠다. 백송은 자라는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옮겨심기가 무척 까다롭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수령이 백 년 정도만 넘으면 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경북도청에 명물 하나가 더 생겼다. 도청에 가면 백송을 눈여겨 볼 일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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