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 발전에 한 줄기 빛이 되다
내부 현안 재단 구성원 신분·급여 등 숙원 해결 자부심 느껴
문화·예술로 웃는 대구경북 위해 도움되는 일 찾아 힘보탤것

오는 25일 임기를 마치는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가 22일 집무실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오는 25일 임기를 마치는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가 22일 집무실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대구문화재단은 대표가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만큼 부침이 많다는 선입견이 발생하기 쉬운 곳이다. 하지만 박영석 대표는 첫 임기는 물론 연임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25일 퇴임한다.

취임 당시 ‘대구가 문화 예술의 도시로 가야 시민들 삶의 질이 진정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대표실 한편에 ‘문화예술로 웃는 대구’라는 문구가 담긴 액자가 박 대표의 초심을 대변했다. 2년이 지나 퇴임을 앞둔 박 대표를 22일 문화재단 대표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었다.

△임기 만료로 재단을 떠나게 됐다. 문화 재단의 경우 연임도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긍정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취임할 때 ‘문화예술로 웃는 대구’를 위해 재단이 그 선봉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예술은 시민 속으로, 시민은 예술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그동안 경영에 임해왔다.

되돌아보면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올해는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덮쳤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축제·공연·전시 등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당장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 안타까움과 답답함은 말로 다 할 수 없고 퇴임을 앞두고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연임해서 퇴임하는 첫 대표가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움을 준 대구시나 예술계, 재단구성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재단이 하는 일이 굉장히 광범위하다. 일과 직원도 많고 찾는 분들 역시 많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부산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7월 재단 10주년 기념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행사인 대구컬러풀페스티벌과 대구시민주간행사, 국제세미나 등도 잊을 수 없다.

취임하기 전에 발생한 일이 발단이 되면서 시 특별감사를 받는 등 힘들고 어려운 일도 겪었다.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듯이 고맙고 감사할 일들이 훨씬 더 많았고 그런 은혜로운 기억들만 평생 새기겠다.
 

오는 25일 임기를 마치는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가 22일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남겼다고 자부하는 것은 무엇인가.

-재단출범 이후 수년 동안 내부적으로 가장 큰 현안이 돼 왔던 것이 재산구성원들의 보상문제와 신분문제였다. 다행히 재임 기간 동안 일정 수준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재단설립 이후 9년 만에 노사가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을 처음으로 이뤄냈다. 또한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직문화와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전 직원이 하나가 됐다는 점을 꼽고 싶다.

△문화재단은 자체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 출연기관으로 어려움이나 한계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기대는 높은데 현실은 여기에 따라가지 못한다. 예산이나 지원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경북·대구의 대학에서만 한해 1000명 이상의 청년예술가들이 배출되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창작과 전시·공연들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해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재단이 시행하는 각종 공모사업도 예산의 한계 등으로 탈락자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불만과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채워 나가는데 자치단체와 의회·예술계·재단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문화재단의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지난해 10주년을 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10년을 향해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 등을 겪었고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충분히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바람은 안으로는 새로운 조직문화와 역량으로 하나 되고 밖으로는 신뢰와 감동을 주는 가장 사랑받는 종합문화행정기관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재단은 250만 대구시민들이 주인이고 예술가들의 것이다. 때론 따가운 질책과 비판도 필요하지만 더 간절한 것은 재단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도록 더 각별하게 보듬고 아끼고 키워나가야 한다. 재단 모든 구성원들도 신뢰경영과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반드시 감동경영으로 보답할 것이다.

△재단의 기금이 서울·경기 등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문화재단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시 출연기관으로 현재 기금은 218억 원이다. 서울·경기의 경우 1000억 원이 넘기 때문에 대구와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대구도 언젠가는 재단의 기본재산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비영리재단법인의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재단 자체재산의 수익금으로 해마다 직원의 인건비 등 운영비를 100%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재단의 기금이나 자체 재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어야 한다.

민간 부분의 기부금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재단의 미래를 위해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재단재산도 키워나가면서 자생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임 대표 선임은 어떻게 되나.

-문화재단 대표는 대표추천위원회와 재단이사회의 단계별 심사를 거쳐 재단 이사장인 시장이 최종 선임하도록 하는 절차를 따라 선임된다. 절차에 따라 진행 중에 있으며 재단이 하는 역할과 기능이 크고 재단에 대한 바람이 많다보니 대표 선임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훌륭한 대표가 선임돼 창작하기 좋은 도시, 창작 열기로 가득한 예술도시가 되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임 이후 특별한 계획이 있는가.

-문화예술계에 몸담으면서 평소 인지하고 있었던 것 외에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한 것들이 많았다. 코로나19가 더해진 상황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더 많아졌으며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던 만큼 그것들을 잘 정리하는 작업부터 하고 싶다. 여유를 갖고 좀 쉬면서 문화예술로 웃는 경북·대구를 위해 도움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찾아서 봉사하고 힘을 보탤 것이다.

한편 박 대표는 1984년 대구MBC 공채기자로 입사해 2009년까지 앵커·보도국장·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 대구MBC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 출신으로는 사장까지 역임했으며 사장 재직 당시 대구MBC문화원을 설립, 문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문화예술을 특화한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을 개설했으며 세계적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대구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전국MBC 최초로 대구MBC 교향악단을 창설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섰고 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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