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맥스터(Maxtor)는 원래 미국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회사였다.

맥스터(Maxtor)라는 말은 최고(maximum)와 저장장치(storage)를 합성한 말로 최고의 저장장치이다.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에는 국내 유일의 중수로 1, 2, 3, 4호기가 있다.

중수로는 냉각재로 중수를 사용하는 원자로를 말하는데, 그중 1호기는 이미 영구 정지시킨 상태다.

중수로에 사용하는 핵연료봉은 49.53cm로 4m에 달하는 경수로 핵연료봉의 8분의 1에 불과하고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압축우라늄에 비해 수명이 짧다. 5년을 연소하는 경수로와 달리 6∼12개월이면 폐연료봉이 된다. 수명을 다한 핵연료봉은 습식저장시설로 옮겨 5∼6년간 잔열을 식힌다. 습식저장방식은 모든 원전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두꺼운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강으로 이중 설계된 구조물 속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습식저장방식으로 잔열이 식혀진 폐연료봉은 다시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저장하게 된다.

건식저장시설에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있다. 둘의 원리는 같지만 용량에 차이가 있다. 캐니스트(canister)란 습기가 차지 않게 차나 커피, 담배 등을 넣는 작은 깡통이란 뜻으로 용량이 적다.

월성원자력에는 캐니스터 한 기마다 540다발씩 총 16만2000 다발의 사용 후 핵연료가 가득 차 있다. 캐니스터는 이미 2010년에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 이후에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봉은 맥스터에 보관하고 있다. 맥스터는 모두 일곱 개의 모듈이 있는데, 한 모듈에 사용 후 핵연료 600다발이 담긴 실린더 40개, 총 2만4000 다발이 보관된다. 7모듈 총 저장용량은 16만8000 다발인데 이미 95.4%가 찬 상태이다. 캐니스터까지 합치면 97.63%로 거의 포화상태다.

한국방폐협회가 계산한 결과로는 2022년 3월이면 완전 포화상태가 된다. 지금 맥스터 증설 결정으로 착공하지 않으면 실기하여 월성원전 2, 3, 4 호기를 가동 정지해야 한다. 경북지방 전력 소모량의 22%를 담당하고 있는 전력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까지의 원전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맥스터 증설 착공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방식이며, 우리나라 역시 30여 년 동안 한 번도 문제가 된 적 없이 안전하게 운영되어 왔다. 이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증설 승인도 났다. 다시 한 번 점검을 거쳐 오는 8월에는 착공해야 한다.

경주에는 이미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장이 가동 중에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집단행동으로 배척했던 시설을 경주 시민들은 가슴을 치면서도 떠안았다. 문화재 보존이란 명분 아래 소외되어 왔던 경주. 문화재를 살리기 위해 살아서는 안 되는 지역처럼 취급받아 온 경주. 그래서 경주인은 고준위에서는 완전 제외된다는 정부의 약속 아래 중·저준위 방폐장을 수용했다.

그런데 아직 정부에서 고준위 핵폐기장을 공론화하지 않은 데 대한 불신이 늘어나고 있다. 경주에 떠넘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또 방폐장 유치 이후 경주의 발전과 삶의 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대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삭발한 머리로 괄목상대의 경주를 외쳤던 사람들. 기대에 부풀었던 양성자가속기도 있으나 마나. 이런 허탈감이 일부 맥스터 증설을 반대하는 이들의 속마음이다.

그래도 안전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월성원전 2, 3, 4호기의 가동을 중단할 수 없으니 맥스터 증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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