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강원도 고성 화암사를 찾아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경내를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잠행을 마치고 25일 국회로 복귀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반발해 사의를 밝힌 지 10일 만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넘어진 그 땅을 딛고 다시 일어나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내일 국회로 돌아가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로의 복귀 여부는 내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님들의 뜻을 물어 정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이긴 민주당은 거침이 없고 난폭했다. 말이 좋아 원 구성 협상이었지 거대 여당의 횡포와 억지에 불과했다”고 비판하며 “여당이 숫자로 거칠게 밀어붙이는데 103석의 야당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주당은 1987년 체제 이후 우리가 애써 쌓아온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잘못된 관행-적폐’로 규정했다”며 “국회의장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우리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함부로 강제배정했고, 법사위를 비롯한 자신들이 선호하는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가져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권세력은 ‘의회독재’, ‘일당독재’라는 우리의 항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막아내지 못한 책임감, 4년 내내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고 가도 소수야당으로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무력감, 그리고 삼권분립·법치주의·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고, 고민과 결의의 시간을 가졌다”고 잠행 이유를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잠행)첫머리에 들른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삶과 죽음을 오래 생각했고, 냉철한 현실 인식, 철저한 준비, 선공후사, 신상필벌, 사즉생의 각오…등 우리 당이 살아날 길은 이 길밖에 없다”며 “우리의 충성심은 오직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앞으로 저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며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이 정권의 실정을 국민 여러분께 그 민낯까지 낱낱이 알리겠다. 국민만 보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 원내대표는 잠행 기간 전북 고창 선운사와 전남 장성 백양사와 구례 화엄사, 경남 남해 보리암, 하동 쌍계사와 칠불사, 경북 울진 불영사,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고성 화암사 등 전국의 9개 사찰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 1개 꼴이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협상하는 모습만 보여주려는 민주당을 피해 옮겨 다녔을 뿐 ‘사찰 순례’ 등 종교적 의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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