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때 중종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임금이라면 누구라도 처음부터 마칠 때까지 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처음 시작은 잘했더라도 반드시 끝을 잘 맺는 것은 아닌데 그 까닭이 무엇인가?” 신하 권벌이 왕의 책문에 대한 답글을 올렸다. 권벌은 중종의 개혁정치에 참여했지만 기묘사화로 삭탈관직 된 후 경북 봉화의 닭실마을(酉谷)에 터를 잡아 안동 권씨의 집성촌을 연 충재공이다.

평생 ‘근사록’을 끼고 산 권벌은 정책의 일관성은 정책이 신뢰 받을 수 있는 기본 요건이라고 생각했다. “신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은 온갖 조화의 근본이고, 도는 바로 정치를 시행하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보존하여 근본을 세우고 도를 응용하여 정치에 잘 이용한다면 시작을 잘 하고 끝을 잘 맺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붙잡으면 간직되고, 놓으면 없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가는 곳을 알 수 없게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시작을 잘 하는 사람은 마음을 보존 할 수 있고, 끝에 가서 잘못하는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마음을 간직하고 잃어버리는 것에 선과 악이 결부돼 있으니 전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마음을 간직하여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시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정치에 일관성이 없으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흉하다.’, ‘지혜가 밝은 성인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분별없는 얼간이가 되고, 얼간이라도 생각을 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서경에 있는 말입니다. 생각이 신중한가 아니한가에 따라 성인과 얼간이의 싹이 보이는 것입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했으면 끝마무리도 잘 해야 합니다. 이 마음을 처음이나 끝이나 한결같이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신하와 백성이 행복할 것이고, 오래도록 나라가 잘 다스려져 편안해질 것입니다. 하나님은 친하게 대하는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오직 경건한 사람을 친하게 대할 뿐입니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권벌의 답글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패는 취임 때의 초심을 잃지 않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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