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협 법무법인 신라 변호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미만의 가로구역에서 실시하는 블록형 정비로 조합을 결성해 집합건물(아파트)을 신축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으로 노후 불량 건축물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고, 공동주택이 20가구 이상이거나 단독주택이 10가구를 넘으면 추진할 수 있는 미니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이다. 안전진단 등이 필요 없다는 면에서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과 달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시정비법의 특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이라고 한다)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일반적인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102조는 조합설립동의 등 업무대행을 할 수 있는 자를 시ㆍ도지사에 등록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자격 없는 정비업체가 위 업무를 하였을 경우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9호에서 이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의 80%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조합을 설립하여 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설립동의서 징구과정에서 공동시행자 내지 홍보요원(OS요원)이 대신하여 이를 징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도시정비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이러한 동의서를 징구하였을 경우에도 도시정비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지 문제가 되었다.

필자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도시정비법의 특례법이기는 하나, 형사처벌 규정의 경우 당해 법령에서 이를 규정하지 아니하는 경우 처벌할 수 없고, 다른 법령을 원용하여 이를 처벌한다면 이는 형벌법규의 엄격성 등을 해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죄형법정주의란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률이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는 대원칙을 일컫는다. 대구지방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여 2020. 6. 11.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판결문 내용 일부를 그대로 원용하기로 한다(대구지방법원 2019고정13**).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 아니하고, 다른 정비사업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것이 아니면 도시정비법을 준용한다는 일반적인 포괄적 위임규정 또한 없으므로, 도시정비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경우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 내지 유추해석에 해당하여 죄형법정주위에 위반된다.”

위 판결은 일반적인 가벌성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어떤 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이를 규율하는 법에 그 처벌규정을 두고 있어야 하고, 처벌규정을 두지 않거나 처벌규정을 다른 법령에서 준용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어 처벌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임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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