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 K-water 낙동강수도지원센터장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물줄기와 시원한 물 한잔이 아침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물을 통한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물은 늘 깨끗하고 풍족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물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각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되는 필요 수량을 손쉽게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송 또한 자유롭지 못해 지리적, 지역 의존성이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그간 수도사업은 각 행정구역 단위의 지자체 중심으로 구성·보급돼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은 크게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로 구분된다. 광역상수도는 2개 이상의 지자체에 정수 또는 원수를 공급하는 시설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지방상수도는 광역상수도의 물을 받거나 자체 생산한 수돗물을 최종 소비자에 공급하는 시설로 161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단위 및 지역적으로 분절된 체계에서는 각 운영 주체마다 지리적 여건 외에도 예산 규모, 기술력, 전문성의 격차로 인해 수도 서비스에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즉, 특별시·광역시를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와 소규모 시·군과의 차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강우패턴의 변화, 집중 강우빈도의 증가로 인해 수량 예측이 어려워졌고 수질에 대한 변동성 또한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2월 환경부는 수돗물 공급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위기대응을 위해 유역별(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섬진강)로 전문기관인 유역수도지원센터 4개소를 출범시켰다.

유역수도지원센터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각 유역 내 모든 수도시설을 네트워크망으로 연결해 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 수질, 수량 및 운영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게 되며, 각 지자체 및 유역환경청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사고 예방과 대응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수원의 상태변화, 관로 및 시설의 노후도, 취약개소, 지역의 인구변화 등을 분석·예측함으로써 광역단위의 효율적인 공급시스템망 구성과 운영 등도 지원하게 된다.

또한 각종 정보와 기술, 지식이 모여 상호 공유되는 유역의 수돗물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각 지역 맞춤형 수도 서비스 제공과 지역 간 서비스 격차 해소로 모든 국민이 균형된 수돗물 공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물 관련 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여 신규 물 산업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수도사업 분야도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국민의 보편적 물 복지 향상을 위해 그간의 지역별로 분산, 고립된 단순한 파이프라인 산업을 넘어서 과학적 기술을 활용한 미래 지향적 플랫폼 산업으로 성장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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