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에서 낙서가 자란다
속을 긁을 수 없는 뼈들이
두고 간 너의 우산처럼
곁에 기대어 선다, 아픔은
더 어울릴 곳이 없어서

함께 실족할 수도 있는 것
내가 부러진
그 위로 넘어지던 것을
우리는 관계, 라고 불렀다

네가 나를 부축할 때
아무것도
짚고 설 것이 없을 때

비가 올 것 같아
늘 잘못 찾아오는
인력 밖의 계단이
모든 단단하던 낮을 떠민다


<감상> 뼈와 살의 관계처럼, 너와 나의 관계도 서로 기대어 살 수 없을까. 살의 낙서가 뼈에게 가기까지는 얼마의 세월이 흐를까. 함께 실족하고, 골절할 수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단단한 것인가. 네가 나를 부축해 주어도, 아니 내가 너를 부축해 주어도 온전히 같이 할 수 없다면 골절한 뼈가 붙지 않는다. 뼈가 시리고 통증이 몰려오면 꼭 비가 내린다. 마음속에 밀려오는 아픔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법, 단단하던 낮은 물러가고 물컹한 저녁이 몰려온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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