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2'

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2 이인석 ‘내 안에 나는…’전이 7월 1일부터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2 이인석 ‘내 안에 나는…’전이 7월 1일부터 8월 9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두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Ver.2展은 응용미술을 전공한 이인석(1966년생)의 설치작업 ‘내 안에 나는…’이다.

이 전시는 ‘연결, 유대, 공유’를 상상하는 ‘실, 끈, 줄’이 끊어져 ‘단절, 분리, 해체’된 현실 세계의 상황과 그것의 원인이 우리 자신의 뜻과 무관한 또 다른 자신의 양면성으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는 자기 성찰의 시각화이다. 또한, 무수히 많은 끈을 집적하는 행위의 흔적으로서 이 작업은 세 개 유형의 얼굴을 매개로 작가 자신의 과거 기억과 미래, 나아가 인간과 세계에 작용하는 ‘관계’의 다양성과 ‘양면성’을 탐구하려는 지금, 현재의 예술적 제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에 소중하고 가치 있는 발언을 담으려는 작가의 내면적 요청에서 시작된다. 이 공간 안에는 세 개의 커다란 갈색 얼굴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가로 방향의 8㎜ 굵기 섬유질 밧줄을 위로 촘촘하게 쌓아서 구현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얼굴은 중앙 한곳의 축으로부터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침묵하고 있다. 184×250×65㎝, 181×237×65㎝, 162×197×60㎝ 크기의 이 세 얼굴들은 실재하는 특정인을 닮기보다 작가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일반적인 인간의 얼굴로 짐작된다.

다만, 얼굴의 여기저기에 밧줄이 끊어져 상처처럼 훼손된 구멍이 있고, 얼굴을 구성하는 밧줄이 얼굴의 양 끝 50㎝쯤에서 절단돼서 세 사람 얼굴 사이가 밧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어져 있을법한 밧줄이 끊어진 것과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얼굴들의 시선에서, 우리는 기존의 결속 관계가 해체돼가는 동시대의 수많은 사건과 현상이 인간 소외와 폐허를 향하여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단절과 해체의 우려를 읽을 수 있다. 작가는 ‘끊어진 끈’을 통해, 한 가족 구성원의 해체된 관계를 은유하고, 지금의 세계를 구성하는 동시대 인간의 면모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작업은 관객과의 특별한 공감 장치를 숨겨두었다. 유리상자 주변이 어두워지는 밤이 되면 바닥에 반사된 인공조명의 빛 때문에 얼굴 뒷면의 윤곽이 잘 드러난다. 아마도 세 개의 얼굴을 형성하고 있는 밧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장면, 즉 얼굴 뒷면의 음각이 양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며 관객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그 얼굴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여자, 남자, 아이가 각기 자신의 시선으로 관객의 시선과 마주하며 자기만의 주장을 하는 것 같다. 작가는 이 같은 음각과 양각 부분에 대해 인간의 ‘양면성’을 언급한다. 작가가 제기하는 양면성은 반성이나 후회 또는 인류 계몽의 의견이기보다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앎’에 관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현재 혹은 과거의 시점에 발견하거나 눈치채지 못한 것을 그것이 사라지거나 제거된 후에 그 본연의 정체와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가의 이번 작업은 이 같은 ‘앎’에 관한 사고의 시간과 탐구 행위의 집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현실의 변화에 대해 자신 안의 ‘앎’으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 ‘내 안에 나는…’은 변화하는 세계를 주의 깊게 살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인식과 예술의 유효성을 성찰하려는 작가 스스로의 질문처럼 보인다. 사실, 이 질문은 변화와 균형을 담보하는 자연설계에 관한 세밀한 관찰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자연설계와 만남은 ‘살아가기’라는 작가의 해석으로서, 세계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동반하여 끊임없는 변화와 균형의 순간을 이어 순환한다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운용에 관한 깨달음일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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