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32년 간의 공직생활 마무리…강도·절도범 잘 잡아 별명 '인딩크'
아들 안버금 순경에 대한 기대 커

오는 30일 32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안재경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과장(왼쪽)과 2018년 6월 30일부터 달성경찰서 화남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 안버금 순경. 안재경 형사과장 개인 소장.

강산이 세 번 바뀐 6월 30일 손때 묻은 권총을 내려놓는다. 1989년 2월 18일 순경으로 시작한 그의 형사인생은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과장이라는 직함으로 매듭짓는다. 안재경 경정은 2002년 FIFA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팀의 4강 신화를 이룬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빗댄 ‘안딩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강도와 도둑 잘 잡기로 유명한 덕분에 생긴 자랑스러운 별칭이다. 퇴직을 앞둔 지난 9일 수성구 상동의 한 아파트에 현관문을 부수고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 등 7800만 원 상당을 훔친 전문털이범 2명을 범행 7시간 만에 붙잡았고, 지난해 2월에는 수성구의 고급 아파트에 들어가 4억 원이 넘는 금품을 훔쳐 달아난 뒤 술 취한 연기까지 하며 수사망을 피해 도주한 30대 남성을 끈질기게 추적해 붙잡은 이도 ‘안딩크’다. 경찰 안팎에서는 형사와 수사, 마약 분야 모두 두루 섭렵한 ‘장인’인 그의 퇴직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안재경 형사과장은 “달성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5월 30일 새벽 발생한 허은정 양 납치살해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게 죄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허은정 양 동생 등 유족과도 계속 소통하면서 범인 검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과 언론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듯이 허은정 양 납치 살해사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경 과장은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전문직을 찾은 장남 대신 작은아들을 형사로 만들기 위한 준비다. 군 복무도 의경으로 유도해 경찰관에 대한 이해를 넓혀줬다. 계명대 영문과를 졸업한 안 과장의 둘째 아들 안버금(26)은 2018년 6월 30일 순경으로 경찰관에 입문했고, 현재는 달성경찰서 화남파출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걸핏하면 도둑, 강도 잡는다고 수개월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빠였지만, 그런 형사 아빠가 좋았다고 한다. 안버금 순경은 지난 2월 20일 극단적인 선택을 예고한 40대 가장의 위치를 발 빠르게 추적해 목숨을 구했고, 안재경 형사과장도 이날 동구 금호강에서 70대 치매 노인을 극적으로 구조해 시민 안전을 지킨 부자(父子) 경찰관으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안 과장은 “허은정 양 납치 살해사건의 모든 내용은 내 머릿속에 있어서 아들에게 늘 설명한다”며 “아들이 조만간 형사가 된다면 2대에 걸쳐 못다 해결한 미제사건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버금 순경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사건이고 아버지를 대신해 해결할 여건이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뛰어들고 싶다”며 “아버지가 평생 아쉬움을 갖고 사시지 않도록 준비하고 또 준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허은정 양 납치 살해사건 수사를 맡았던 후배 형사 10여 명과 ‘살인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SNS 모임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는 안재경 형사과장은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1등이라는 실적과 성과를 많이 냈는데, 밤이고 낮이고 사건 해결에 몰두한 후배들의 노고로 돌리고 싶다”면서 “7월 1일부터는 자연인이 되지만, 언론이나 후배 경찰관을 통해 굵직한 사건 발생 소식을 들으면 또다시 가슴이 뛸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안재경 형사과장에게 쉬엄쉬엄 놀러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라는 의미로 100만 원 상당의 신발과 선글라스를 선물한 정상진 수성경찰서장은 “대구 바닥에서 마지막 남은 형사통 열정맨을 보낸다는 게 아쉽고 또 아쉽다”고 했다. 이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안 과장을 지켜보면서 일에 미친 사람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았는데,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분이 퇴임한다니 아쉽기만 하다”면서 “수사자문관 제도가 생긴다면 안 과장의 노하우를 수사 과정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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