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안전문제 등 수사 중"

28일 오후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자원재활용업체 맨홀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경찰이 합동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5시 42분께 이 업체 맨홀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 가운데 4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은 숨지고 의식이 희미한 나머지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달서구 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맨홀 내부를 청소하려던 근로자들이 질식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폐지압축시설로부터 흘러나온 찌꺼기가 쌓이는 업체의 맨홀 내부는 수개월마다 한 번씩 청소가 이뤄지는데, 구조된 근로자들에게서 특별한 안전장비가 발견되지 않아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28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5시 42분께 ‘맨홀 내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 당국은 2m 깊이의 맨홀 내부에 쓰러져있는 4명의 근로자를 발견했다. 이날 청소작업에 총 5명이 투입됐는데, 먼저 맨홀 속으로 들어간 근로자 1명이 갑자기 쓰러지자 동료 3명이 구조하려다 모두 참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약 40㎝의 슬러지가 쌓인 곳에서 발견된 A씨(56)와 B씨(49)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고 사망 판정을 받았다.

C씨(49)와 D씨(46) 등 맨홀에서 발견된 나머지 2명은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는 중이다.

소방 당국은 가스 중독에 따른 질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수구조대가 사고현장의 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가 허용기준 10PPM보다 14배 이상인 145PPM, 포스핀이 허용기준 0.3PPM보다 30배 이상인 10PPM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산화질소 측정농도 또한 허용 범위인 3PPM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소방 관계자는 “가스 측정 결과는 현장 구조대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임의로 진행한 사안으로 분명한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며 “정식 장비를 동원해야 정확한 수치와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 당시 작업자들에게서 장화 외 별다른 보호장비를 발견하진 못했다”며 “경찰의 추가 조사에서 사고 원인과 정확한 경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맨홀 질식사고는 지난해 9월 경북 영덕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질식 사망사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수산물가공업체 외국인 근로자 4명은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청소작업을 위해 지하 폐기물탱크에 투입됐다가 차례로 쓰러져 사망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지난 27일 A씨 등 근로자들의 사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어 28일 국과수와 함께 맨홀 질식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했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부검 결과를 통해 근로자들의 사망 원인을 확인해야 하고, 현장점검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안전문제인지, 업체의 위법행위가 있는지는 수사를 더 진행해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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