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구구조의 거대 집단을 이루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은퇴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맏형 격인 1955년생이 올해 65세 노인 문턱을 넘어 인구변화의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 75만 명이 올해 62세를 맞아 산업 현장에서 은퇴하고 국민연금을 생활자가 됐다. 1955년생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710만 명이 순차적으로 65세에 들어선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 지면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시점이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대부분은 박정희 대통령 때 초중고등학생이었고, 10·26 사건 이후 1980년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할 때 대학이나 사회생활 초년병이었다. 이들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업과 군대를 마친 이들은 사회에 나와 오늘날 한국을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견인하는 중추 세력이지만 IMF와 외환위기로 고난을 겪었다. 말년에 와서도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난을 몸소 겪고 있다.

간난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1000만 명 가까운 베이비부머의 소원은 남진의 노래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다. 이들 가운데 이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극히 일부지만 농어촌으로 돌아와 아담한 집을 짓고 생활하는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국의 지난해 귀농 가구는 1만1422가구(1만6181명)이었다.

경북은 지난해 2136가구가 귀농해 통계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6년 간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귀농 인구도 경북은 2013년 이후 매년 면 단위 평균인구와 맞먹는 3000명을 넘고 있다. 경북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화해서 은퇴자들이 살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된다. 경북은 미국의 선벨트(Sunbelt)로 불리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주처럼 은퇴자들을 위한 마을을 조성하면 좋을 것이다. 저렴한 주택과 각종 편의시설, 병원 등을 갖춘 은퇴촌을 만들어 쏟아지는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을 맞는 것도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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