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티 천사같은 눈 매료…새 새명 성장하는 모습 브리더로서 가슴 뛰어

정대엽 셰틀랜드 쉽독 전문브리더(가운데)가 26일 경북 칠곡군 석적읍 왕짱애견유치원에서 유치원 직원들과 함께 강아지를 끌어안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선하디 선한 얼굴이 인상적인 그는 ‘개’ 밖에 모르는 것 같았다. ‘개’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망울에 가득한 설렘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다듬은 털이 유난히 돋보이는 개 한 마리를 품고 있더니 ‘쇼’까지 했다. 반려견이 북적이는 경북 칠곡군 석적읍의 애견유치원에서 만난 그는 ‘핸들러’, ‘브리더’라는 낯선 직업을 이야기했다. ‘아이즈 오브 엔젤’이라는 이름의 셔틀랜드 쉽독 전문 견사를 운영하는 브리더에다 전견종(올브리드) 핸들러라는 직함을 가진 정대엽(43) 한국애견연맹(KKF) 핸들러다. 쉽게 말하면 ‘개 아빠’다. 훈련실장으로 있는 애견유치원 한편에 빼곡히 진열된 우승 상패들이 ‘훌륭한 개 아빠’라는 사실을 입증해줬다.
 

정대엽 셰틀랜드 쉽독 전문브리더가 26일 경북 칠곡군 석적읍 왕짱애견유치원에서 자신의 반려견 ‘조커(셰틀랜드 쉽독)’와 함께 호흡하며 워킹 연습을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 콜리, 인생을 바꾸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목양견으로 명성이 높은 데다 미국 영화 ‘돌아온 래시’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콜리(Collie) 한 마리를 아버지가 지인에게서 분양받아 선물했다. 순하디 순한 콜리가 어린 대엽이의 마음을 빼앗았다. 하지만 열린 대문 사이로 다른 사람을 따라가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간 밥 먹지 않고 울기만 했다. 그제야 아버지가 새로운 콜리를 품에 안겨줬고, 유년기 많은 시간을 콜리와 보냈다. 성인이 된 정대엽은 우연히 일본에 갔다가 어린 시절 마음을 빼앗은 콜리를 발견했다. 아니었다. ‘셸티’라는 애칭을 가진 셔틀랜드 쉽독이었다. 콜리에 대한 향수를 늘 느끼던 정대엽은 셔틀랜드 쉽독에 빠져들었다. 그는 “셔틀랜드 쉽독은 대형견에서 느낄 수 있는 당당함과 파워 넘치는 움직임을 볼 수 있고, 셰펴드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 좋았다”면서 “무엇보다 천사와 같은 셸티의 선한 눈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가 칠곡군 가산면에서 셔틀랜드 쉽독을 전문적으로 번식하고 훈련하는 견사의 이름도 ‘천사의 눈’(eyes of angel)으로 붙였다.

정대엽 셰틀랜드 쉽독 전문브리더가 26일 경북 칠곡군 석적읍 왕짱애견유치원에서 자신의 반려견 ‘조커(셰틀랜드 쉽독)’와 함께 호흡하며 어질리티 훈련을 선보이고 있다.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 무작정 좇은 애견훈련사의 꿈.

콜리, 셸티를 좋아했지만, 직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학 전공도 건축학을 택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마음이 꿈틀거렸다. 군견보호소에서 설계업무를 맡으면서 군견관리병들과 자주 접하다 보니 어린 시절 꿈으로 품었던 애견훈련사에 대한 미련이 꿈틀거렸다. 전역 후 전공을 버리고 무작정 경찰견훈련소를 찾아갔다. 수습생으로라도 받아달라고 애원한 결과 애견훈련사로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정대엽은 “경찰훈련소에서 대형견들을 주로 조련하며 경찰훈련시범에도 나가고 던져진 원반 물고 오기 운동을 말하는 프리스비 대회에도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는데, 그것들이 많은 것을 이룬 현재의 시금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애견동물학과에서 핸들러로서 전문지식을 더 쌓기도 했다.
 

정대엽 셰틀랜드 쉽독 전문브리더가 26일 경북 칠곡군 석적읍 왕짱애견유치원에서 자신의 반려견인 ‘조커(셰틀랜드 쉽독)’의 털 미용을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 셔틀랜드 쉽독 전문가 반열에.

크기는 다소 작지만 겉털과 속털이 구분된 풍성한 외모를 가져서 당당한 맛이 일품인 셔틀랜드 쉽독, 셸티는 정대엽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공격성이 전혀 없어서 무리 지어 생활하기에 적합하고 다른 소형견이나 어린아이들과도 두루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견종이다. 목양견으로 양 떼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던 습성이 남아있어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에 크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정대엽은 “내가 직접 번식하고 가르친 ‘마스’가 2018년 2000여 마리가 출전한 일본 국제 도그쇼에서 1그룹(목양견)에서 최고의 멋진 보행을 보여주면서 1위를 차지한 성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표준에 가까운 좋은 개를 길러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어 “훈련과 관리, 미동 등 개에 대한 모든 영역에 기술과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2016년부터 4년 동안 한국애견연맹 올해의 핸들러상을 연속 수상하는 등 견종 표준에 부합하는 좋은 셔틀랜드 쉽독을 배출하고 국내 랭킹을 석권한 데 이어 해외로 수출한 자식견들도 맹활약을 하고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다”고 했다.

△ 브리더로서의 자부심.

브리더(Breeder)는 번식보다는 품종의 유지와 발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정대엽 브리더의 금과옥조와도 같은 신념이다. 견종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브리딩은 견종의 멸망과 변질, 도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번식은 유전적 결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정대엽은 “유전적 결함이 없는 건강한 개를 번식하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와도 같다”며 “확률적으로 결함을 가진 개가 태어날 수 있는 번식은 절대 엄금”이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는 “브리더로서 새로운 생명을 만나고 건강한 강아지가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면서 “브리딩을 통해 태어난 강아지를 선별하고, 직접 번식한 강아지들이 반듯하게 자라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최고의 순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작은 행동이나 눈빛만으로도 반려견의 심리상태와 성격을 파악하고 교감한다는 정대엽은 “심장사상충 약을 먹일 때 이버메틴 계열 성분에 부작용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서 약 성분을 꼭 확인해야 하고, 강아지 시절 관절이 약해서 무리하게 뛰게 하면 고관절 질환에 시달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셔틀랜드 쉽독 애호가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대엽 셰틀랜드 쉽독 전문브리더가 26일 경북 칠곡군 석적읍 왕짱애견유치원에서 셰틀랜드 쉽독 전문브리더로서 사명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 반려견 노후까지 책임지는 아카데미 설립 목표.

정대엽은 칠곡군 석적읍 애견유치원에서는 훈련실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TV나 SNS를 통해 알려진 반려견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기도 하고, 반려견들의 사회성을 키워 에티켓이나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기도 한다. 피트니스와 수영 등 재활프로그램과 스포츠인 어질리티 프로그램도 도맡고 있다.

나열하기도 힘든 수많은 수상 실적을 가진 그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카데미 운영이 최종 목표라고 한다. 반려견을 내세워 수익을 좇자는 게 아니다. 한 마디로 돈 벌이가 우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대엽은 “애견 선진국을 다니며 익히고 배운 노하우를 녹여낼 생각”이라면서 “반려견들 문제점 교정프로그램과 반려견 노후를 위한 재활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특히 아카데미를 통해 제대로 된 브리더와 핸들러를 양성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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