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가족 3대에 걸쳐 무더기 감염

리처드 가레이가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올린 아버지 비달 가레이 사진 및 사연. 고펀드미 홈페이지 캡처
“저희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가족 28명이 감염됐어요. 저희 아버지는 통계 수치가 아닙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에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3대에 걸쳐 무더기 감염이 발생한 미국 가족의 사연이 CNN 방송에 28일(현지시간) 소개됐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리처드 가레이(27)에게 비극이 닥친 것은 이달 초였다. 자신과 아버지인 비달 가레이(60)가 나란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

이들 부자는 가족들에게 전염될 것을 우려해 격리에 들어갔고, 이때만 해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웃음을 보였다”고 가레이는 회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무차별 확산했다.

한 달도 되기 전 그의 직계 가족과 친인척 중 무려 28명이 감염됐다. 여기에는 리처드의 2살배기를 포함한 자녀 3명, 형제 2명, 형제의 임신한 부인 등이 포함됐다.

최악의 순간은 지난 20일 찾아왔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아버지가 희귀성 빈혈까지 겹치면서 끝내 숨을 거뒀다.

가레이는 다른 병원에 입원한 탓에 그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

병원으로 향하던 날 “아빠, 저는 못 이겨낼 것 같아요”라고 말한 게 가레이가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됐다.

가레이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아직도 치르지 못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레이는 장례식 비용과 가족들의 진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사연을 올렸고, 470여명이 1만9천달러(약 2천280만원)를 기부해 목표치를 초과했다.

가레이는 가족들이 이토록 무더기로 감염된 경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티를 하거나 모임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최초 감염자가 최소한의 접촉으로도 여러 명에게 옮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레이는 CNN 방송에 “아버지의 죽음이 사람들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아버지가 통계 수치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의 사연을 얘기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29일(한국시간) 오전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54만4천418명, 누적 사망자는 12만5천768명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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